아베 국장 놓고 日서 찬반 논란…“업적 크다”vs“정치적 이용”

  • 뉴스1
  • 입력 2022년 7월 15일 10시 08분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해 사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이 올가을 국장(國葬)으로 치러질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15일 보도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번째 국장이다. 이를 두고 그만한 역사적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치에 세금을 사용한다는 비판도 만만찮아 찬반 격론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1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아베 전 총리가 8년8개월이라는 역대 최장수 총리로서 국가 중책을 맡아왔다”며 올가을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국장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가 재건, 일본 경제 회생,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한 외교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족적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직 총리의 정부 주도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른 건 1967년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뿐이다. 요시다 전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대훈위국화장경식’을 추서받았고, 아베 전 총리 이전에 역대 최장수 재임 기간 기록을 보유했다.

국민장의 경우, 전후에는 사토 에이사쿠(1901~1975) 전 총리 한 명밖에 없다. 지난 1980년 숨진 오히라 마사요시 전 총리 이후에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내각·자민당 합동장이 관례화됐다.

당초 정부 주도 장례식은 관례에 따라 내각·자민당 합동장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Δ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점 Δ경제 Δ외교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민당은 국장 소식을 환영하고 나섰다. 아베파의 니시무라 야스노루 사무총장은 “거국적으로 공적을 평가한 것”이라며 “총리가 결단을 내려줘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다만 반대 여론도 크다. 각 장례식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는 없다. 지출 부담 주체의 차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다르게 사용된다. 내각·자민당 합동장의 경우, 내각과 자민당이 장례식 비용을 나눠서 내지만, 국장 비용은 모두 국가가 부담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금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닛칸 겐다이에 따르면 15일 트위터에는 ‘#아베 국장 반대’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한 누리꾼은 “죽임을 당한 것은 동정하지만, 세금을 쓰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세금은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용돼야 한다. 통일교 사람들이 국장 비용을 내주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전 총리를 쏜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41)는 어머니가 빠진 종교와 아베 전 총리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바 있는데, 이 진술이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통일교와의 관계 때문에 국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뒤 자민당이 반사 이익을 얻게 됐다며 정치에 이용당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다수를 차지했다.

다른 누리꾼은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이 자민당의 인기와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데 사용되는 느낌이 든다”며 “아베 전 총리를 영웅화해서 그와 자민당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기시다 총리는 국장을 치르는 근거로 아베 전 총리 덕에 일본 경제가 회생했다고 언급했지만, 사실 아베노믹스의 결과는 지금의 엔화 약세와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소송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사히 신문은 국장 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기 때문에 세금 사용처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장을 강행할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소송을 당할 위험성이 있고,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국장을 치르는 것은 무리라고 내다봤다.

법률을 만들어 국장을 치를 수는 있겠지만, 장례식에 국비가 투입되는 것에 대한 일본 내 비판은 뿌리깊다.

앞서 지난 2019년 숨진 나카소네 전 총리의 장례식은 합동장으로 치러졌다. 당시 약 1억9000만엔(약 18억)의 경비가 소요, 이 경비를 국가와 당에서 절반씩 나눠 낸 탓에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른 당에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입헌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아베 전 총리를 찬양하게 될 것 같다”고 지지통신에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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