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스페인 남부 말라가에 거주해 온 윌리엄 씨는 16일 로이터통신에 최근 스페인을 강타한 산불로 집을 떠나 급히 선선한 곳으로 대피하는 바람에 중요한 물건을 다 두고 왔다고 털어놨다. 최근 1주일간 폭염으로만 최소 360명이 숨질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스페인 곳곳에서 ‘폭염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말라가 인근 미하스에서는 산불로 주민 3000여 명이 대피했다.
프랑스 포르투갈 그리스 벨기에 등 유럽 각국에서도 며칠째 이어진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 와중에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과 강풍에 따른 대형 산불까지 발발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영국은 기록적인 폭염에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적색 폭염경보를 사상 최초로 발령했다.
○ 佛 지롱드, 여의도 넓이 34배 불타
16일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당국에 따르면 최근 주내 랑디라스에서 발생한 후 빠르게 번진 산불로 서울 여의도 넓이의 34배인 1만 ha가 불탔다. 최소 1만2200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당국은 1000명이 넘는 소방관을 동원해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폭염이 워낙 심각해 진화가 쉽지 않은 상태다. 앞서 12일 지롱드의 최고기온은 40도에 달했다. 지롱드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보르도가 있는 지역이다.
스페인 역시 섭씨 45.7도에 달하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6일 수도 마드리드 당국은 청소 노동자가 폭염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중부 카스티유와 레온, 서부 에스트레마두라 등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주요 유적지, 국립공원 등이 위협받고 있다.
역시 섭씨 4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는 포르투갈에서도 이달 7∼13일 1주일간 238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초과 사망은 특정 시기에 통상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 건수를 넘어선 수치를 말한다. 238명의 초과 사망자 대부분이 폭염에 따른 사망자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포르투갈에서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3만 ha가 넘는 면적이 탔고 300명 이상이 대피했다.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소방관 3000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역시 진화가 쉽지 않다. 스페인 접경지대인 서부 포스코아에서는 진화 작업을 하던 소방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숨졌다.
○ 英, 최초로 폭염경보 발령
유럽 각국은 서둘러 긴급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18, 19일 수도 런던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처음으로 적색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수준의 경보다.
교통당국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대중교통 이용을 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폭염으로 철로가 늘어나 휘어지는 등 각종 대중교통 기반시설이 손상될 우려를 대비한 조치다. 영국 기상청은 조만간 최고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섭씨 40도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전선과 신호 장비의 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벨기에 정부 역시 기온이 섭씨 28도를 넘을 때 즉시 가동하게 돼 있는 폭염 대책을 17일 발령했다. 폭염에 따른 취약계층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생수 등을 서둘러 배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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