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동맹 ‘칩(chip)4’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도체 추격을 막기 위해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부장관은 14일(현지 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서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를 검토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에스테베즈 부장관은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을 빼돌려 반도체 생산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는 스티브 데인즈 공화당 상원의원의 질문에 “제재 대상인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는데 레드라인(redline)이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에 반도체 수출 허용을 막을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며 “차단점(cutoff point)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 SMIC와 반도체 설계업체 하이실리콘 등을 제재 리스트에 올려 이들 기업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 등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수출 통제를 총괄하는 에스테베즈 부장관의 발언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바이든 행정부가 수출통제 적용 대상으로 국가안보 외에 인권침해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 홍콩 등에 설치된 감시·추적 장비 등과 관련된 반도체 제조·부품 관련 기업들을 대거 수출통제 리스트에 올릴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수출통제는 민주주의를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중국 SMIC가 러시아에 반도체를 공급한다면 문 닫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은 수출 통제 강화와 함께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이 참여하는 반도체 동맹 구상과 52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법안 통과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4일 성명을 내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 시스템과 새로운 기술은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에 달려 있다”며 “의회가 반도체 지원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날 에이브릴 헤인즈 미 국가정보국장이 의회에서 반도체가 미국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에 나선 데 이어 국방장관까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의회에 법안 통과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두고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가 높아지는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이날 “대만 TSMC는 5나노급 반도체 생산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생산량은 ‘제로’”라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반도체 수출을 막는다면 미군은 중국군에 압도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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