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건으로 서거하신 아베 신조 총리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 분들, 그리고 중요한 지도자를 잃어버린 일본 국민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한때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2인자로 불렸던 곽정환(86) 전 세계회장은 19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교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최고위 지도자로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아베 총리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1958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옛 통일교)에 입교한 그는 천주평화연합 초대 의장을 비롯해 세계일보 초대 사장, 프로축구팀 성남 일화 구단주와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작고한 문선명 총재의 3남인 문현진 씨가 그의 사위다.
통일교는 문 총재 사후 현진 씨 그룹, 총기무장을 한 채 합동결혼식을 개최해 논란을 빚었던 ‘생추어리처치’를 이끌고 있는 7남 형진 씨와 4남 국진 씨 등의 갈등 끝에 현재 문총재 부인 한학자 총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곽 전 세계회장의 기자회견은 그가 과거 통일교 최고위급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아베 전 총리 피살에 대해 사죄한 것을 빼면 인사말과 답변의 대부분을 3남 문현진 전 세계회장의 후계자로서의 정통성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1998년 문선명 총재가 자신의 권위와 사명을 계승하고 통일운동을 발전시킬 인물로 3남 문현진 회장을 선택하고 ‘제4차 아담’으로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문 총재는 인류구원과 평화세계 건설의 역할을 담당할 이른바 ‘아담형 인물’ 4명을 공인했다. 인간 조상 아담이 1차 아담, 예수가 2차 아담, 문 총재가 3차 아담, 문현진 회장이 4차 아담이라는 것이다.
곽 전 세계회장은 “문 총재와 문 회장의 새로운 개혁에 반기를 든 세력이 문 총재의 부인 한학자 여사와 문국진, 문형진 등 다른 자녀들까지 끌어들여 문현진 회장을 몰아냈다”며 “이 과정에서 7남 형진 씨를 후계자로 내세워야 한다는 ‘속초 영계(靈界) 메시지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상황과 관련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답변했다. 그는 “문현진 회장은 일본 교회를 현금을 만들어내는 ‘경제부대’에서 참된 가정 이상을 실천하고 확산하는 정상적인 섭리운동 조직으로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려 했다”면서 “출발부터 저항과 암초에 부딪혔고, 결국 일본에 더이상 손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7남 문형진 씨가 이끄는 ‘생추어리 협회’가 아베 전 총리 총격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를 묻자 “이번 사건이 생추어리 교회, 다시 말해 문형진을 따르는 사람들과 관련 있다는 것인데, 거기와 연관돼 있는지는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통일교 일본교회와 자민당 정치인들 관계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곽 전 세계회장은 “문 총재가 아베 전 수상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전 수상, 아베 수상의 아버지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관계는 종교나 정치적, 인간적 관계는 아니다”며 “1960, 70년대 일본과 동남아시아가 좌경화됐을 때 문 총재가 승공(勝共)이론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친 게 일본 지도자들에게 감명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교의 책임 있는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누구보다 교회 분열에 책임 있는 이가 사죄를 빌미로 사욕이 가득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이들이 교회를 떠난 뒤 통일교가 안정화됐고, 더 많은 평화와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상황과 관련해 “여러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나돌고 있는데 일본교회는 경찰의 수사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며 “일본 경찰에서 보다 명확하고 공개적인 수사 결과가 나오면 여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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