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뉴욕 거리를 걷다 와인 가게 앞 입간판 문구가 눈에 띄었다. 가게 주인에게 무슨 뜻인지 물으니 “휘발유값이 미친 듯이 오르지 않았나. 사람들이 재밌어할 것 같아서 적었다”고 했다. ‘와인이 정신 상담(therapy)보다 싸다’는 말의 패러디인 이 문구는 간간이 소셜미디어에서 역대급 기름값을 풍자하는 말로 회자된다. 이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파는 곳도 있다.
4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공항 렌터카 사무실에서 만난 담당 직원은 대뜸 “당신네 주(州)는 기름값이 얼마냐”면서 “로스앤젤레스는 너무 올랐다”고 생면부지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캘리포니아 휘발유값은 18일 갤런당 6달러에 육박해 미국 평균(4.5달러)보다 33%가량 비싸다. 올 5월에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기름값이 50개 주 전역에서 미국인의 심리적 저지선인 4달러를 넘었다.
성난 기름값 민심은 여론에도 반영된다. 이날 CNN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9%는 ‘나라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침해를 옹호한다’는 비판에도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고 참모진이 연일 유가 하락을 전망하는 것도 민심 달래기용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재러드 번스타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은 “일부 지역 유가가 갤런당 4달러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기름값 인하 압박을 받는 정유업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공급 문제로 그만큼 내려가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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