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韓에 너무 신중” 지적한 日언론…“尹결단 뒷받침해야” 주장도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20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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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일로 한일은 관계 개선 협의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일관된 신중한 입장을 취하자 일부 현지 언론에서도 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아사히 신문은 한국 측이 박 장관 방일 시 기시다 총리 면담을 희망했다고 총리 주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총리 관저 측은 지난 18일 하야시 외무상과 회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면담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제 동원 문제 관련 박 장관이 “바람직한 해결책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자 겨우 면담 ‘고(GO) 사인’을 내렸다는 것이다.

박 장관 예방 후에도 일본 측은 이번 면담이 어디까지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조문을 받는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현안 사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한국 측의 관계 개선 모색 배경과 관련 “윤석열 정권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데에는 발족 2개월 만에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는 가운데, 정권을 지탱하는 재벌 등 대기업이 대일 관계 개선을 강하게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런데도 “(기시다) 총리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무너트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리 관저 간부는 “배신당해온 경위가 있다. 안이하게 타협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서둘러 관계 개선에 나서면 일본 국내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사정도 있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 보수계 의원도 “저쪽(한국)의 태도가 확실해질 때까지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들도 일본의 지나친 신중한 입장에 지적을 하고 나섰다.

20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윤 정권 결단 뒷받침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일을 “중국, 북한에 둘러싸인 안보 환경을 공유하는 양국이 신뢰에 기반한 외교 재구축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신문은 “일본과의 관계를 한시라고 빨리 정상으로 되돌리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강한 의욕이 전해져 온다”며 “(한국 대법원) 판결이 일본 기업에 명령한 배상을, 한국 정부가 대신 갚는 대위변제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점도 일본 입장과의 접점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대법원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동원한 일본 기업에게 피해자를 대상으로 배상금을 지원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 기업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의 배상 거부로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 자국 기업의 자산 현금화를 한일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닛케이는 원고 측의 반대로 한국 정부가 꾸린 강제 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 조율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이 앞으로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결단하더라도 지금은 혁신(진보)계 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에서 관련 법안, 예산안이 성립된다는 전망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로 급락한 점도 “신경이 쓰인다”며 “의지해야 할 민심이 더욱 멀어진다면 대일 정책 행뱅에도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안보 강화를 목표로 하는 윤 정권 국내 기반이 불안정해져 한미일 3개국을 축으로 하는 지역 안보까지 흔들리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일본은 한국 내 의견 수렴을 위한 윤 정권의 노력을 주시하며 정치 판단을 뒷받침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익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한일은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상 외교가 중요하다며 기시다 총리에게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대승으로 이끈 총리도 지도력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사히 신문도 사설로 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한 윤 정권의 “정치 결단을 촉구한다”며 “일본 정부도 해야할 일이 있다. 과거 지배에 대한 반성, 사죄는 지금까지 표명해왔다. 그 견해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거듭 공개적으로 전하는 겸허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아사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문제 등 국제정세가 흔들리는 가운데 “안보상 이익이 겹치는 한국과 서로 등을 돌릴 여유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시다 총리는 단순히 한국 측에게만 책임이 있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지 말고, 일본을 둘러싼 국제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윤 정권과 관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이날 사설을 통해 박 장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 존중 의향을 나타낸 것과 관련 “그 원점으로 돌아자가는 것이라면 일본은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취해야 할 조치가 많다면서도 “일본이 어떤 자세를 취할지에 따라 대처 성패에 영향을 끼진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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