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자국 시장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배터리동맹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중국과 같은 독단적 국가들이 특정 제품이나 물질에 관한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트너와 동맹국 간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을 도입하고 더욱 굳건한 경제성장을 이뤄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맹국들과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이 특정 제품이나 자원에 관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 무기화하려는 시도를 막아내겠다는 것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정부의 자국산 우대 정책과 세계 최대인 자국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을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상위 10개사 가운데 6곳이 중국 업체로 합계 점유율은 56%에 달한다. 지난해 합계 점유율 49%에서 7%p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의 올해 상반기 합계 점유율은 26%로 지난해 37%에서 9%p 떨어졌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1~3월)을 놓고 보더라도 CATL, AESC, 신왕다(Sunwoda), BYD 등 중국 업체의 합계 점유율은 20.4%로, 전년(15.9%)보다 4.6%p 올랐다.
특히 CATL은 11.3%에서 16.6%로 성장하며 중국 제외 글로벌 시장 1위인 LG엔솔(32.7%)을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최근에는 테슬라와 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 멕시코 등 북미지역에 최소 2곳의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 배터리 협력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지난 13일 공식 출범했다.
블루오벌SK는 포드와 함께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테네시주 1곳, 켄터키주 2곳의 공장을 세워 연 129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SK온은 블루오벌SK를 포함해 2025년까지 총 150GWh의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경쟁사들에 비해 투자에 다소 보수적이라고 평가받았던 삼성SDI도 지난 5월 스텔란티스와 3조1625억원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2025년 1분기부터 23GWh를 생산해 33GWh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LG는 배터리는 물론 배터리 소재 생산 거점을 북미 지역에 구축한다. LG엔솔은 단독 공장 2곳,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1~3공장, 스탈란티스와 북미 합작공장(45GWh) 등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만 20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LG화학은 북미 지역에 양극재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자회사 LG엔솔의 배터리 공장과 LG화학 양극재 공장 투자 규모를 합치면 북미 지역에만 2025년까지 110억달러(약 14조4000억원)다.
옐런 장관이 방한 기간 중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LG화학을 찾은 것도 배터리 동맹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국제정세와 중국 공급망 불안정에 따라 원재료 및 생산지의 다변화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배터리 소재 업체의 경우 안정적 원재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북미 등 글로벌 제조사들과 협력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