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 후보가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40대 2명으로 압축됐다. 인도계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42)과 워킹맘인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46)이다.
영국 보수당은 차기 총리가 될 당 대표 경선에서 두 사람이 최종 후보가 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날 보수당 하원의원 투표에서 수낵 전 장관은 137표로 1위를 굳혔다. 기존 경선에서 3위였던 트러스 장관은 113표를 얻어 2위를 지켜온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에게 막판에 역전했다. 최종 승자는 의회가 다시 열리는 9월 5일 발표된다. ‘첫 비(非)백인 총리냐’, ‘세 번째 여성 총리냐’를 결정하게 될 이번 경선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여론조사에선 트러스 장관이 앞서고 있다.
○ 인도계 엘리트, 코로나19 대응 두각
수낵 전 장관은 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인도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의사인 아버지는 케냐 출신, 약사인 어머니는 탄자니아 태생이다. 부모가 1960년대 영국으로 건너와 수낵 전 장관을 낳았다.
그는 옥스퍼드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를 거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와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2015년 총선에서 의회에 입성해 2020년 존슨 총리 재무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인지도가 높아졌다. 덕분에 ‘존슨의 남자’로 통했지만 존슨 총리의 연이은 거짓말과 부적절한 인사로 내각이 위기에 처하자 가장 먼저 장관직을 던지며 존슨 총리의 사임을 주도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재정을 풀어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초부터는 코로나19 봉쇄가 완화되자 재정 보수주의로 돌아서 풀었던 돈을 회수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경선 과정에선 증세를 강조해 경쟁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부인은 인도 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 나라야나 무르티의 딸이다. 비거주 비자를 활용해 해외소득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 ‘마거릿 대처 2세’ 자처 워킹맘
트러스 장관은 2014년 환경장관을 시작으로 재무부, 국제통상부, 평등담당, 외교부 장관 등 관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영국 에너지기업 셸의 회계사로 일하는 등 민간에서 경력을 쌓았다. 25세 때부터 의회 진출에 도전했지만 실패하다가 2005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에게 발탁돼 정계에 발을 디뎠다. 국회에는 2020년 총선에서 하원 의원으로 입성했다.
트러스 장관은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말하는 톤과 속도가 대처 전 총리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있다. 올 2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모피코트와 털모자를 착용해 1987년 대처 전 총리가 러시아에서 입은 복장과 비슷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때문에 대처 전 총리를 너무 따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증세파’인 수낵 전 장관과 달리 트러스 장관은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유시장 경제 옹호론자이지만 어머니가 핵무기 반대 활동을 하는 등 좌파 성향 부모 밑에서 자랐다. 트러스 장관도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 진보민주당 클럽 회장을 맡았다. 영국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민주당 활동 이력과 함께, 한때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했던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고 이란에 억류됐던 영국과 이란 이중국적의 활동가 석방을 주도한 점은 성과로 꼽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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