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영원한 영부인’ 에바 페론의 사망 70주기를 맞아 페론을 추모하는 행사와 헌사가 이어졌다고 외신들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은 에바라는 뜻의 애칭인 ‘에비타’로 유명한 페론은 유년 시절 가난을 극복하고 1940년대 유명 연예인이 되었고 1944년에는 훗날 대통령이 될 후안 도밍고 페론을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페론은 27세에 영부인에 올라 남편인 후안 집권 시기 1952년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페론은 아르헨티나 노동계급과 여성들에게 ‘정치적 아이콘’이다. 그는 후안 대통령의 대중주의적 복지 강화 노선인 ‘페론주의’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고 여성투표권 도입 등 여성 권리 신장에도 헌신했다. 현재에는 페론주의가 한때 세계 5위의 부국 아르헨티나를 채무불이행 선언을 반복하게 만든 인기영합적 노선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2차 대전 직후 호황기를 상징하는 페론은 여전히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그리움의 대상이다.
이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노동조합들이 페론 그림으로 장식된 사회개발부 건물 앞에 모여 그녀를 추모했다. 사회개발부 터는 1951년 8월 200만 명의 군중이 페론에게 그의 남편과 함께 러닝메이트로 나서달라는 요구를 했던 곳이다. 당시 암과 싸우고 있던 페론은 거절했고 이듬해에 세상을 떠났다.
중도좌파 페론주의자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페론의 유명한 발언을 인용해 “나는 네가 내 이름 아래에 모여 승리를 위한 깃발 아래로 갈 것을 알고 있다”고 헌사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친애하는 에바, 우리는 국민을 위해 계속 일하며, 항상 약자들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여기 있다”고 덧붙였다.
부통령이자 전 지도자였던 크리스티나 키르히너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페론을 “아르헨티나인의 열정”이라고 표현했다.
페론의 삶은 아르헨티나를 넘어 전세계로 알려졌다. 뮤지컬 ‘에비타’의 주제곡이자 동명의 영화에서 마돈나가 부른 노래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올해 초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자유주의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이 100페소권에서 지웠던 페론을 재등장시켰다. 지난해 60%가 넘는 인플레이션과 만성적인 통화절하에 직면해 아르헨티나의 100페소 가치는 27일 기준 현재 원화로 1002원 정도다. 올해 남미국가의 인플레이션율은 최대 8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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