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간) 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도 기정사실화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음번 회의에서도 0.75%포인트 인상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특정 시점에서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연준은 26, 27일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참석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75%퍼센트 올리기로 결정해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로 뛰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소비 부문과 주택시장에 경기 둔화 조짐이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실업률은 너무 낮고,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다”며 금리 인상 결정 배경을 밝혔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1년 만에 최대치인 9.1%를 기록해 일각에선 1%포인트를 높이는 ‘울트라스텝’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대로 0.75%포인트로 안착하면서 예상보다 큰 충격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월 의장은 다음 FOMC 회의가 예정된 9월에도 0.75%포인트 인상이 가능하다면서도 “지금은 정상적인 시대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확실성이 너무 커 9월 회의에서는 그 때의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시점에서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해 지난달과 비교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평이다.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데다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뉴욕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고, 2년 만기 미국 국채와 달러인덱스는 하락했다.
이날 연준 발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미국은 경기 침체에 있지 않다”며 “경기침체라고 하기엔 노동시장을 포함해 강한 성장을 보여주는 분야가 너무 많다”며 “미국 경제는 탄력적이다. 우리가 반드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침체를 겪을 이유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소비지출이 위축되고, 주택시장이 약해지는 신호는 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미국인들은 음식, 주택, 교통 등 필수 영역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된다”며 물가 상승 억제가 연준의 우선순위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급 쇼크를 맞추기 위해 성장이 둔화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너무 많이 인상해 생기는 문제보다 너무 적게 인상해 생기는 문제가 크다”고도 밝혔다.
미국이 올해만 네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한미 금리 역전이 확실시 됐다. 이달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해 한국 기준금리가 2.25%로 올랐음에도 미국 금리가 더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예정된 한국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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