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푸틴의 대서방 경제전쟁 1년 뒤엔 패배…서방 결속해야”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28일 1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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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석유, 천연가스, 니켈, 팔라듐 등 자원이 풍부하다. 덕분에 고통을 안길 수 있는 전략무기를 보유한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을 만만하게 보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가 방만한 민주국가들보다 고통을 잘 이겨낼 것으로 믿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1년만 지나면 서방이 경제전쟁에서 러시아를 압도할 수 있다며 서방의 결속을 촉구하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경제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할 수 있을 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서방은 러시아에 제재를 안기면서 러시아 경제가 위기에 처했고 수입이 급감했다. 러시아 중산층은 외화와 외국 상품을 가질 수 없는 상태며 수십만명의 숙련 노동자들이 출국했다. 러시아는 이런 상황에 적응하는 중이지만 대가가 적지 않다. “제재를 극복하고 만들었다”는 러시아 자동차 라다는 에어백과 성능좋은 브레이크, 현대식 안전벨트가 없이 출시됐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지 5개월 동안 푸틴의 권력 장악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진보적 반체제 인사들은 잔인하게 진압됐다. 러시아 부호들과 군부는 아무런 변화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여론 조사를 믿을 수 있는 지는 모르지만 푸틴에 대한 지지가 전쟁 시작 이후 크게 올랐다. 푸틴은 민간 경제를 쥐어짜 전비를 대고 있지만 아무도 그를 막지 않는다.

반면 푸틴이 서방에 부과한 제재는 표적이 분명하다. 우선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을 막았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크게 줄였고 더 줄일 것이라고 공언한다. 러시아 석유수출이 줄어든 것은 서방의 제재 때문이지만 오히려 서방에 부담이다. 유럽과 미국에 고물가와 경제 침체를 불렀다. 서방이 겪는 고통은 러시아가 견뎌야할 고통보다는 크지 않지만 정치적 파장은 더 크다.

미국의 경우 고물가에 더해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급등했다. 연방준비이사회(Fed)는 뒤늦게 금리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27일 두번째로 0.75% 포인트를 올렸고 올 연말까지 1.75% 포인트 올릴 전망이다.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러시아는 금리를 10% 포인트 이상 올렸으니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어두운 경제 전망으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중간선거에서 러시아와 맞장뜰 배짱이 없는 트럼프의 공화당이 승리할 수도 있다.

유럽도 유사하다.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지난주 정부가 붕괴했다. 푸틴에 온건한 연립정당이 탈퇴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38%였다. 유럽중앙은행(ECB)가 금리를 단지 0.5% 포인트만 올렸지만 금리 인상으로 경제성장이 위축되면 이탈리아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유로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서방은 러시아를 무력화할 정치적 의지가 있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서방은 러시아보다 월등하게 강력하다. 군사적으로 최근 전세를 바꾼 미사일을 더 많이 지원할 여력이 있다. 경제적으로 푸틴의 팽창주의를 억제할 정도의 단기적 고통을 감당할 의지가 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을 할 지가 관건이다.

물론 그리 힘든 일만은 아니다. 서방의 1년 뒤 상황을 예측할 때 회복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크다. 1년 뒤 유럽은 새로운 에너지 수단을 개발한 덕분에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 1년 뒤면 서방 중앙은행들은 최악의 고물가 국면을 벗어나는데 성공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보다 튼튼한 유럽국가들이 자국 이기주의를 벗어나 지원한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한편 서방이 위기를 극복하는 때 러시아는 약해질 것이다.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푸틴은 유럽에 대한 믿을만한 에너지 공급자로서 지위를 잃었다. 파이프라인 건설에 투자한 막대한 돈이 쓸모가 없게 됐다. 스스로 고립을 강화함으로써 푸틴은 러시아가 첨단기술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라다 자동차는 소련 시대 방식으로 제조되는 마지막 상품이 아닐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서방은 희생할 의지를 보이지 않아 푸틴의 기를 살려줬다. 유럽은 현상에 안주함으로써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높였다. 미국은 비교적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아프가니스탄 개입을 중단했다. 그런데 전쟁이 벌어지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보여준 용기가 무기력한 서방을 일깨웠다. 세계 민주국가들이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했다. 독일이 군사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했고 스웨덴과 핀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현재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서방은 어떤 길을 가야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잠재력을 드러낼 용기가 있는가? 아니면 독재자의 경멸적 비웃음이 옳다고 입증할 것인가?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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