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찰스, 빈라덴家서 16억원 기부 받아 물의 [인물 포커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일 03시 00분


“2013년 빈라덴 이복형과 기부 논의
찰스가 만든 자선단체에 돈 들어와”
찰스측 “기부과정 직접 개입 안해”

찰스 영국 왕세자가 지난달 29일 스코틀랜드 윅에서 열린 자선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윅=AP 뉴시스
찰스 영국 왕세자가 지난달 29일 스코틀랜드 윅에서 열린 자선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윅=AP 뉴시스
영국 찰스 왕세자(74)가 2001년 9·11테러 주범 오사마 빈라덴(1957∼2011) 가족에게서 100만 파운드(약 16억 원)를 기부 받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달 30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찰스 왕세자는 2013년 런던 클래런스하우스에서 빈라덴 가문 수장 바크르 빈라덴(76)을 만나 자선기금(PWCF) 기부 문제를 논의했다. 그해 기부금이 기금 계좌에 입금됐다. 바크르 빈라덴은 오사마 빈라덴의 이복형이다. 오사마 빈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재벌인 빈라덴 가문 창업자 무함마드 빈라덴의 자식 54명 중 하나로 1994년 의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찰스 왕세자 관저 클래런스하우스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빈라덴 가문이 PWCF에 돈을 낸 것은 맞다”면서도 “찰스 왕세자가 기부 과정을 직접 중개하거나 개입한 바는 없다”고 주장했다. PWCF는 찰스 왕세자가 1979년 설립한 자선 단체다.

빈라덴 가문의 기부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찰스 왕세자는 PWCF 기부금 모금 활동에 개입하지 않도록 돼 있는 PWCF 운영 원칙을 위반한 소지가 다분하다.

당시 찰스 왕세자 주변에서는 빈라덴 가문 기부금을 반환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PWCF 고문 등이 “빈라덴 가문 기부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 전 국가적 분노를 일으킬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찰스 왕세자는 “돈을 돌려주면 빈라덴 가문에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며 거절했다는 것.

찰스 왕세자의 PWCF 모금 관련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1년 하마드 빈 자심 알사니 당시 카타르 총리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300만 유로(약 40억 원)를 받았다. 특히 종이가방에 든 100만 유로를 직접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논란을 반영하듯 찰스 왕세자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올 4월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조사 결과 그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43%뿐이었다.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대해서는 69%, 아들 윌리엄 왕세손에 대해서는 64%가 긍정적이었다. 응답자 42%는 찰스 왕세자가 윌리엄 왕세손에게 왕위를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찰스 왕세자#빈라덴#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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