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美, 대만 민주주의 지지” 성명
대만언론 “오늘 차이잉원과 회동… 톈안먼 시위 지도자 등도 만날듯”
中 “엄중한 후과, 美가 져야 할것”
美 핵항모 파견… 中과 일촉즉발
미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스스로 불에 타죽을 것”이라는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2일 밤 대만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이 탄 전용기가 대만 공역에 들어서자 중국군 Su-35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통과해 대만 방향으로 진입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앞서 이날 대만 해역을 포위하며 실탄훈련을 시작한 중국은 군용기들이 중국과 대만 간 경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까지 근접 비행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을 대만 동쪽 500km 해역까지 접근시켰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대만을 둘러싸고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만 언론은 펠로시 의장이 3일 오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면담하고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 등 반중국 인사들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도착 뒤 성명에서 “대만 방문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지지하겠다는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과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대만을 찾은 것은 1997년 뉴트 깅리치 당시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미국은 필리핀 인근 해역에 있던 로널드레이건함을 대만 동부 500km 인근 해역까지 북상시켰다.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뒤 낸 성명에서 “모든 엄중한 후과는 미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美 핵항모 500km 근접에, 中 항모도 출항… 대만해협 일촉즉발
“미국은 겁먹지(intimidated) 않을 것이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1일(현지 시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을 두고 고강도 대응을 예고한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실제 군사행동 태세를 보이자 미국도 맞대응을 경고한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예정된 2일 대만 인근 해역을 통제하고 실탄 사격 훈련을 개시했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과 강습상륙함 ‘트리폴리’ 등 전함 4척을 대만 동부 해역으로 진입시켰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양보할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대만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일촉즉발의 최대 화약고가 됐다. 일각에선 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 이후 26년 만에 미중 간 군사충돌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中, 대만 포위하듯 동시다발 실탄 훈련
백악관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앞으로 수일 내, 장기간 동안 (대만 인근에서) 더 많은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여기엔 대만해협 또는 그 주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 도발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한 대규모 침범,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 등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러시아군의 움직임에 대한 첩보를 실시간 공개한 것처럼 백악관이 직접 나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중국의 군사대응 시나리오를 이례적으로 상세하게 공개한 것.
실제 중국 전투기들이 1일 대만 ADIZ를 침범한 데 이어 2일 오전 군용기들이 중국과 대만 간 경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에 근접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특히 대만해협과 맞닿은 푸젠성의 민간 항공 비행을 통제해 실제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위협했다. 항공모함인 ‘랴오닝’과 ‘산둥’도 각각 모항인 칭다오항과 싼야항에서 출항했다.
중국군은 이날 남부·동부·북부전구에서 동시에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대만 남서쪽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부전구는 군사훈련을 이유로 4개 해역 선박 진입을 차단했다. 대만 서쪽의 동부전구는 지난달 30일 실탄 훈련을 시작한 데 이어 이날 “침범하는 적을 모두 매장시키겠다”는 영상을 올리며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베이징 인근 보하이만과 서해 해역을 담당하는 북부전구도 훈련을 시작했다.
대만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푸젠성 샤먼시 등에서 중국 지상군의 대공미사일과 탱크, 다연장 로켓포 등 중화기들이 집결하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신뢰를 저버리고 멸시하면 국가신용이 더욱 파탄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 “대만판 쿠바 미사일 위기 될 것”
미국과 대만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필리핀 해역에 머물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 전단을 북상시켜 대만 동부 해안 500km 인근에 배치했다. 로널드레이건은 유도미사일 순양함 USS앤티텀,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히긴스와 함께 기동하고 있다. 대만군도 2일 오전부터 전투준비태세를 격상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위기로 전환하거나 대만해협에서 공격적인 군사활동을 늘리기 위한 구실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이는 대만판 쿠바 미사일 위기”라고 주장했다.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중국의 군사력이 26년 전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1995∼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를 능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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