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를 설계한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하리를 제거하기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추적 과정을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했다.
2일 NYT에 따르면 1998년 알자와하리를 수배 대상에 올린 CIA가 그를 본격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5월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뒤부터다. CIA는 당초 알카에다 1인자가 된 알자와하리가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다 지난해 미군이 철군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이 알카에다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CIA 예상은 적중했다. CIA는 탈레반 강경 무장단체 하카니 네트워크 주요 간부들 동선을 추적한 끝에 알자와하리 가족이 수도 카불 고급주택가 한 집으로 거처를 옮긴 것을 알아냈다. CIA는 위성과 드론으로 정찰해 이 주택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의 행동 패턴을 분석했다. 마침내 몇 개월 동안 집밖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않은 한 남성이 이따금 발코니에 나와 한동안 책을 읽는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알자와하리였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동 틀 녘 발코니에 나온 그는 ‘닌자 미사일’의 타깃이 됐다.
추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9년 12월 현지 정보원이 아프간 미 공군기지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저질러 CIA 요원 7명이 폭사했다. 이 정보원은 알자와하리의 이중첩자로 밝혀졌다. CIA 내부에서 가장 피비린내(bloodiest) 나는 작전 실패로 꼽힌다.
알자와하리 제거 작전을 두고 미 대(對)테러 작전 승리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커졌음을 반증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P통신은 2일 “제거 작전의 세세한 면모가 드러날수록 알카에다의 존재감은 여전하고 아프간 탈레반이 테러조직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UN은 카불 공항 테러를 일으킨 ISIS-K 역시 아프간 북동부를 중심으로 활동을 재개했다고 지난달 보고서에서 밝혔다.
외신은 알자와하리를 잃은 알카에다의 새로운 리더로 사이프 알아델을 꼽고 있다. 알자와하리와 같이 이집트 출신인 알아델은 군사작전 수행 및 기획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CNN은 미 국방부가 현상금 1000만 달러를 걸고 수배 중인 알아델이 이미 아프간에 잠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 일간 뉴욕포스트는 “알아델이 알카에다 재건 과정에서 해결사(fixer)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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