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연금기구가 근로정신대 피해자의 계좌에 77년 만에 ‘931원’을 송금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가 ‘악의적인 우롱’이라고 분노했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릎 꿇고 백번 사죄해도 부족할 판에, 일본 정부는 90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껌 한 통 값도 안되는 돈을 지급해 또 한번 피해자들을 ‘우롱’했다”며 “악의적인 모욕 이외엔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고 비난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일본연금 기구’는 지난달 6일 근로정신대 피해자 정신영 할머니(92)의 계좌에 931원을 송금했다. 931원은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을 한화로 환산한 값이다.
단체는 “후생연금 탈퇴수당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으로 귀환할 광복 당시 지급됐어야 한다”며 “후생연금의 존재 사실 조차 피해자들에 게 감춰왔고, 마지못해 수당을 지급하면서도 그동안의 화폐가치 변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본 정부는 피해자를 다시 한번 ‘인권 모독’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측의 인권 모독과 무시 행위가 우리 정부의 무책임하고 비굴한 태도로부터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지난달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본 방문에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해결 방안은 가해국과 가해 기업이 내놓아야 할 일이지, 왜 피해국이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하냐”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외교부는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 특별현금 화명령(강제매각) 사건을 맡고 있는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함으로써, 강제집행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며 “불순한 의견서로 한일관계 복원을 구걸하지 말고 사죄를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사과 △대한민국 정부의 굴욕외교 중단과 의견서 철회 등을 요구했다.
정신영 할머니는 1944년 5월 만 14세의 나이로 일제의 강압과 회유에 못 이겨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끌려 갔다.
당시 배를 곯아가며 죽도록 일했지만, 월급 한 푼 손에 쥐어 보지 못했다. 심지어 또래 친구 6명은 안타깝게 지진으로 공장 건물더미에 묻혀 사망했다.
정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입금된 통장 내역을 보여주며 “931원이라는 애들 과자 값도 못한 금액을 줬다. 초등학생 나이에 일본에 데려가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일을 시켰던 우리가 할머니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도 않고 어찌 그럴 수 있냐. 기가 막힐 노릇이다”며 “할머니들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서 빨리 사죄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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