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포로시설 포격 ‘자작극’ 정황…학살증거 조작 시도 의혹

  • 뉴시스
  • 입력 2022년 8월 5일 1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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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동부 포로수용소 포격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가 증거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미 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러시아가 포로수용소 포격이 우크라이나 군의 소행으로 보이도록 사건 현장에 미국이 제공한 탄약을 가져다 놓는 등 증거를 조작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직접 포로수용소를 포격한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군이 공격을 감행한 것처럼 보이도록 탄약을 사후에 현장에 갖다놓는 방식으로 정황 증거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후 독립적 조사기관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차원에서 현장 조사를 벌일 것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증거를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별개로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날 수도 키이우에서 비공개 브리핑을 열어 해당 사건이 러시아가 저지른 전쟁범죄라는 증거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포격이 일어나기 전과 후 촬영된 포로수용소 주변 위성사진을 비교할 때 러시아군이 대량 사상자 발생에 대비해 치밀하게 준비 작업을 해온 것으로 우크라이나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포격 일주일 전 무렵부터 수용소 단지 남쪽에 약 15~20개의 구멍을 판 흔적이 발견됐고, 이는 곧 포로들의 무덤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친러 분리주의 세력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운영 중인 도네츠크주(州) 올레니우카 교도소 공습으로 최소 우크라이나 전쟁포로 53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부상당했다.

친러 반군과 러시아 측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로 수감 시설을 타격한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수용소 내 고문·학살 증거를 없애고 전범 혐의를 뒤집어 씌우기 위한 러시아 군의 자작극이라고 반박하는 등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고의적인 전쟁 범죄”라며 “우크라이나 군 전쟁포로를 의도적으로 대량 학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러시아가 전쟁포로의 고문과 처형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건을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측은 “아조우 연대 포로들이 상부에서 사주한 전쟁 범죄를 증언하기 시작하자 우크라이나가 이들을 제거하려고 하이마스를 이용해 수용소를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이번 사건이 러시아 주장과 달리 포격이 아닌 화재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개된 사진으로 미뤄볼 때 유리창과 내부 시설들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있다는 점에서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선임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포격의 결과라기보다는 건물 자체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거나 화재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포격 주체와 배후를 객관적으로 규명할 수 있도록 진상조사 참여를 공식 요청했다.

ICRC는 포격 당시 수용소에 있던 포로들을 접견할 권한을 러시아 측에 요청했지만, 러시아 측의 거부로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엔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공식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전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격 사건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있다”면서 “양측 모두 (유엔 내부) 위원회 차원의 직권 조사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가 이뤄지는 대로 그 결과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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