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기후변화 대응에 투입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태양광, 풍력 기업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해온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해 하원으로 넘겨졌다. 이 법안은 12일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지는데, 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소속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 법안은 법인세와 부자증세로 재원을 확보해 기후변화 대응, 노인층 약값 인하, 에너지 안보 등에 투자하는 내용으로, 4300억달러(588조원) 규모다. 이중 기후변화에 투입되는 돈만 3693억달러(482조원)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관련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메탈 등 미국 내 제조·생산을 위해 600억달러(78조360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태양광, 배터리, 풍력 등 관련 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의 경우 가치사슬(밸류체인)의 80~90%를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법안 취지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우방국 중심의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인 만큼 국내 태양광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태양광 모듈 1위 기업이다. 미국에서 1.7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2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1.4GW규모의 모듈 공장을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다. 두 공장을 합치면 미국 내 단일 사업자로서 최대 규모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태양광 1위인 한화솔루션은 2030년까지 1조~5조원 수준의 혜택을 볼 것”이라며 “단순 세제 혜택뿐만 아니라 미국 정책 확대에 따른 수요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미국은 당사 태양광 사업의 중요한 시장”이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가 확정되는 등 긍정적 정책 변화가 있을 경우 추가 투자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태양광 기업과 함께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배터리 3사는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업체와의 합작법인과 단독공장을 건설했거나 이미 가동하고 있다. 반면 최대 경쟁업체인 CATL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아직 북미에 생산거점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고, 미-중 갈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새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겐 7500달러, 중고 전기차를 사는 저소득·중산층에게 4000달러 세액공제를 각각 해주는 내용도 포함돼 미국 전기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유니슨, 씨에스윈드 등 풍력 기자재 기업들도 미국 풍력발전 시장 확대의 과실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보고서에서 풍력 생산 세액공제(PTC)가 2050년까지 연장되면 올해 종료시와 비교해 미국 내 풍력 발전량이 24% 늘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강관업체들도 실적이 증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법안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세금감면과 함께 석유·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생산 및 운송을 위한 인프라 규제 완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파이프라인, 가스 액화 및 저장 설비, 해상운송을 위한 터미널 등 건설 확대로 에너지용 강관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세아제강, 현대제철 등 강관업체들에 수혜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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