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16일 탄약고 폭발이 일어난 가운데 러시아가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크림반도 내 사키 공군비행장에서 발생한 폭발에 대해선 “의문의 사고”라며 말을 아꼈던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 측의 공격을 인정한 것이다. 크림반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6일 오전 6시 15분경 크림반도 북동부 군부대 임시 탄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폭발은 비밀 파괴 공작의 결과였다”고 밝혔다. 크림반도의 러시아측 지도자 세르게이 악쇼노프는 “이번 폭발로 민간인 2명이 다쳤으나 중상자는 없다”며 “주변 변전소 화재로 인근 주민 3000여 명이 대피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는 이번 폭발과 무관하다고 하면서도 “크림반도 비무장화의 활동의 일환이며, 우크라이나 군은 크림반도와 다른 지역의 비무장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리이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이번 일로 적들이 화재에 무방비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는 우리 군은 물론 전 우크라이나인을 즐겁게 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받아 보급이 끊길 위험에 처하자 전선을 후방 거점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 군은 앞서 크림반도에서 헤르손으로 연결되는 교량 3개를 모두 파괴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보당국이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킬 것을 확신했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물론 우크라이나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WP는 미국이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해당 정보를 주요 20개국(G20) 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 설명했지만 당시 영국과 발트해 국가들만 미국의 주장에 동조했다고 한다.
다른 국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 당시 허위 정보를 내세운 전력과 성급한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거론하며 정보력에 의구심을 보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첩보 사진을 보고도 미국 정부를 전적으로 믿지 못했다고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미국이 경고를 하면서도 필요한 무기를 주겠다는 제안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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