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딜레마 빠져…기술 안보 경쟁에도 첨단기술 94% 對中 수출 허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7일 19시 18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스1
미국이 기술 안보 분야에서 중국과 치열한 패권 경쟁을 하고 있지만 반도체, 항공우주 부품, 인공지능(AI) 기술 등에 대한 수출 통제가 느슨해 별다른 제지 없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 내에선 “무역 흑자라는 명분 앞에 국가 안보가 희생된다”는 비판과 “수출은 미국의 기술력을 세계에 홍보하는 일”이라는 반박이 오가며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WSJ는 “가장 큰 적국인 동시에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어느 수준으로 경제 교류를 해야 할지 미국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WSJ가 인용한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대(對) 중국 수출액 1250억 달러(약 164조 원) 중 약 0.5%는 수출에 앞서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술 관련 품목이다. 미 상무부는 이 가운데 94%인 2652건에 대해 기술 수출 허가를 내줬다. 거부율이 6%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수출 허가율이 88%로 다소 낮아졌지만 이는 조사 방식의 변화 때문이라고 WSJ는 전했다.

유엔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군사용 및 민간용 반도체 제조장비는 2017년 26억 달러(약 3조 4052억 원)어치에서 지난해 69억 달러어치(약 9조 369억 원)로 늘었다.

미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을 두고 미국 행정부에선 부처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중 기술 수출 승인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 등 안보 관련 부처에서는 “상무부가 국가 안보보다 무역 이해관계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스티븐 쿠넨 국방부 대중국 수출통제 분석담당관은 “첨단기술 수출은 중국을 무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며 심각한 정책 실패”라고 비판하며 지난해 9월 사임했다.

반면 테아 켄들러 상무부 수출규제 담당 차관보는 “국방부나 국무부 등 부처가 (수출 승인과 관련해) 불만이 있다면 상위 기관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무역 정책을 전환하려는 노력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선 미국이 첨단 제품의 대중 수출을 줄이면 그 빈 자리를 한국, 일본, 독일 등 다른 기술 선진국들이 채우며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이 손실을 줄이려면 동맹국들도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대중 수출 규제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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