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거두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내내 반(反)트럼프 기조를 고수했던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56·와이오밍)이 16일 당내 예비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원 사격을 받은 여성 변호사에게 패배했다. 체니 의원을 포함해 공화당 하원의원 10명이 지난해 1월 트럼프 지지자의 의회 난입 사태 직후 하원이 실시한 대통령 탄핵 투표에서 탄핵 찬성표를 던졌다. 10명 중 체니 의원 등 4명이 이번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나머지 4명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공화당 내 반트럼프 세력들의 정치적 좌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체니 의원은 이날 경선에서 28.9%를 얻어 경쟁자 해리엇 헤이그먼 변호사(66.3%)에게 크게 뒤졌다. 와이오밍은 체니 전 부통령이 1978년 처음 하원의원으로 뽑힌 곳이다. 체니 의원은 이곳에서 2017년부터 3선(選)을 했다.
하지만 2020년 대선에서 유권자의 70% 이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었을 정도로 트럼프 지지세가 강하다. 석유석탄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친환경 정책을 주창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다. 이 때문에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 체니 의원을 배신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상당했다.
그간 노골적으로 체니 의원을 비판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경선이 끝나자마자 “끝나지 않은 ‘마녀 사냥’에 대한 국민투표였다”며 체니 의원 개인을 넘어 반트럼프 세력이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니 의원은 패배를 인정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싸움은 계속할 뜻을 밝혔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소셜미디어로 군중을 도발하는 사람이 미국이라는 위대한 나라를 이끌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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