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최근 급물살을 타면서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 문제 해결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협상 타결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이란과 미국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면 한국도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19일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이 로버트 말리 미 이란특사, 엔리께 모라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과 각각 통화를 갖고 이란 핵합의 복원협상과 이란 관련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말리 특사와 모라 사무차장은 EU측 최종안 회람과 이란의 회신 등 최근 동향을 설명하고 각 측의 평가를 공유했고, 조 차관은 “현재 형성된 모멘텀을 계기로 협상을 타결할 시점이며 이를 통해 한국 내 이란 관련 현안 해결에도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협상 타결 지지를 재확인했다.
● 지난한 JCPOA 복원 논의, 다시 급물살
2015년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과 체결한 JCPOA의 골자는 이란이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미국이 대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일방적으로 JCPOA를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했고 이란은 이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을 거부하고 우라늄 농축속도를 높이는 등 맞불을 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취임 후 핵합의 복원 협상에 주력해왔지만 미국과 이란은 그동안 협상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테러 조직 지정 철회, 제재 부활 방지 보증, 미확인 장소 핵물질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였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각각 국내 정치적 상황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더디게 진행됐다. 양국은 수차례 비엔나에서 만나 로드맵을 만들었지만 이란은 미국이 먼저 제재를 해제하길, 미국은 이란이 먼저 협정 준수 상태로 돌아가길 바라면서 입장차를 빚곤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후 약 5개월 여간 중단됐던 복원 논의는 이달 들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EU가 8일(현지시간) 이란과 미국이 검토할 수 있는 최종안을 제시해 회람했고, 이란이 새로운 주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답변시한인 15일에 약속된 답변을 보내면서부터다. 미국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이란 측 답변을 EU를 통해 받았고 현재 이를 연구하는 절차에 있다”라며 검토 중임을 밝혔다.
● 한국 내 70억 달러 원유대금 송금될까 관심
JCPOA 복원은 한국에 여러 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비핵화 협상과 대북제재 문제 해결을 준비하는 데도 시사점이 크고, 일단 ‘골칫거리’와도 같던 한국 내 이란 동결자산들을 송금할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때문에 한국이 이란에 지급하지 못한 원유 대금은 약 70억 달러(약 9조2890억 원)라는 게 이란의 주장이다. JCPOA 복원으로 대이란 제재가 걷히면 한국 수출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고, 항상 동결자산을 빌미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들을 나포하겠다고 한 위협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이란 현지신문 ‘카이한’은 편집장 칼럼을 통해 “한국이 이란에 진 70억 달러를 갚을 때가지 이란은 한국으로 향하거나 한국에서 출발한 선박의 통행을 절대 허용하면 안 된다”고 전한 바 있다.
다만, 이란 핵협상 복원을 국제사회 모두가 바라는 것만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회담에 참여하는 서방을 상대로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에 따르면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이란 핵 개발 저지를 위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라피드 총리는 톰 나이즈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미 하원의 중동·북아프리카 글로벌 테러리즘 소위원장을 맡은 테드 도이치 의원에게도 같은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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