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만 6개월이 다 되면서 남동부 국지전이 다시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 6개월 되는 날이자 옛 소련에서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날인 24일 전후로 러시아가 대규모 공습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 탈환을 위해 공세를 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24일 전후 전면전 재개 우려 커져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대국민 화상 연설에서 “독립기념일 주에 러시아가 추악하고 악랄한 행동을 시도할 수 있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공포를 퍼뜨리면서 우리를 낙담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4일을 맞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착상태인 전황을 뒤바꿀 ‘결전’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은 계속 포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단체 전략통신센터는 “대량의 무기를 실은 러시아 화물열차가 최근 우크라이나 접경지로 이동했다”며 “24일에 맞춰 대규모 폭격이 있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최근 친(親)러시아 국가 벨라루스에 지대공 미사일을 대량 배치했다.
우크라이나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제2도시인 북부 하르키우 올레흐 시네후보우 주지사는 20일 텔레그램을 통해 “독립기념일 당일 통행금지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 “크림반도, 새 격전지 될 수도”
전쟁이 전면전화한다면 크림반도가 새로운 격전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들어 크림반도에 주둔한 러시아 군기지 안팎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배후로 추정되는 폭발이 이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우크라이나 무인항공기(드론)가 크림반도 러시아 해군기지를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9일에는 크림반도 사키 군비행장 폭발로 러시아 군용기 9대가 파괴됐다. 16일에는 임시 탄약고에 화재가 났다. 19일에도 벨베크 공군기지 인근에서 수차례 폭발이 있었다. 외신은 잇단 폭발로 흑해함대 항공 전력(戰力)이 절반 정도 손상됐다고 분석했다. 크림반도는 현재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 병참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미 CNN방송은 우크라이나 정부 자료를 인용해 “9일과 16일 크림반도 대형 폭발 배후는 우크라이나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 인정은 않고 있다. 일련의 폭발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수복 작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AP통신은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이자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19일 정찰 드론 ‘스캔 이글(Scan Eagle)’을 포함해 약 1조354억 원 규모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개전 이후 미국 단일 지원으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전쟁이 장기화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충분한 병력과 무기를 보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될 것으로 미 정부는 기대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일 “체르노빌 원전 사태 같은 대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방사능이 누출될 수는 있다”고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최근 포격으로 고압 전원공급선 4개 중 2개가 파괴됐다. 원전 관계자는 “(전원이 끊겨) 핵 연료봉 냉각에 문제가 생기면 90분 만에 방사성물질 누출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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