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는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수도 모스크바에서 차량 폭발로 숨지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폭발 배후 의혹을 부인했지만 러시아가 이 사고를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강도 높은 공세를 퍼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 미사일을 쏘며 전선 확대 움직임을 보였다.
미하일로 포돌약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21일 “우린 러시아와 달리 범죄국가나 테러국가가 아니다”며 전날 차량 폭발로 나디야 두기나가 숨진 사건에 대한 연루 가능성을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선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에 “우리는 키이우 정권이 시행하는 국가 테러리즘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관영 스푸트니크뉴스가 보도했다. 정치평론가인 압바스 갈랴모프 전 푸틴 대통령 연설문 작가는 “(우크라이나의) 협박 행위”라고 지적했다.
두긴은 세계에 퍼져 있는 러시아 민족 통합을 강조하는 ‘러시아 세계’ 개념의 대표적 지지자로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다. 모스크바국립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두기나도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면 소멸할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써 올 3월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과 우크라이나 독립 31주년을 맞는 24일을 전후해 러시아가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태세를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차량 폭발까지 겹치며 우크라이나 전쟁 앞날은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나디 가틸로프 제네바 주재 유엔사무소 러시아 대사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외교적 해법 가능성이 없다”며 전쟁 장기화를 시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가틸로프 대사는 “유엔은 전쟁으로 ‘정치화’ 수렁에 빠졌다.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이날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이 “고속기동포병 로켓시스템(HIMARS)과 대공 시스템용 미사일이 저장된 오데사 탄약고를 파괴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반면 세르히 브라추크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방군사령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 2발은 해상에서 요격했고 3발은 농업 목표물(곡물 창고)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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