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3일 일본 국회의원들과 만나 대만에 대한 공격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공영방송 NHK,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관저에서 일본 여야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모임 ‘일화(日華)의원간담회’의 회장 후루야 게이지 중의원과 사무국장 기하라 미노루 중의원과 회담했다.
일화의원간담회는 1972년 단교 이후 대만과 일본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국회의원 단체다.
NHK에 따르면 차이 총통과 일본 의원단은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를 국제사회가 연계해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차이 총통은 일본 의원단의 대만 방문에 대해 “ 일본 국회의 대만에 대한 지지의 표시”라고 환영하고 “대만 국민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이달 초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강행한 점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의)권위주의의 확장과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가 연계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만이 침략을 당하면 민주주의 가치와 인도 태평양 지역 전체에 거대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만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안보의 긴밀한 동반자이며 계속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며, 더불어 지역의 평화와 안정과 더불어 자유와 번영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후루야 중의원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의 안전보장은 물론 국제사회에도 매우 중요하다”며 “미·일 양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계해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를 철저히 억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이날 회담에서 일본 의원들은 대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자세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루야 중의원은 차이 총통과의 회담에 앞서 가진 연설에서 지난 몇 주 동안 중국의 군사 훈련을 비판했다.
후루야 중의원은 “중국의 (군사적)행동은 민주주의의 자유, 법의 지배, 인권에서 가치를 공유해온 일본과 대만 국민들에게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중국의 이런 위협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만이 일본,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중국의 현상 변화 시도를 완전히 진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후루야 중의원은 사흘 간의 대만 방문을 위해 타이베이에 도착하기 전 22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중국의 대만 일대 군사 도발은 대만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전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적었다.
아울러 일본 의원 대표단은 전날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총리격)과도 회담했다고 대만 현지 매체인 타이베이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후루야 중의원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말을 인용, “대만 비상사태는 일본의 비상사태이며 따라서 일·미동맹의 비상사태”라고 선언하고, 뜻이 같은 민주적인 동맹국들이 세계적, 지역적 도전에 함께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별도로 후루야 중의원은 일본산 수입품에 대한 대만 당국의 추가 규제 완화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만 총통은 중국과의 긴장이 수십 년 만에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22~23일 더 많은 외국 방문객을 맞이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일본 국회의원들과 회담을 갖기 전 미국 싱크탱크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정책연구자들과 만났다.
차이 총통은 이 자리에서 대만의 방어 결의를 보여주는 사례로 1958년 중국군이 대만 외곽의 킨먼과 마쓰 섬에 장기 포격을 가한 제2차 대만해협 위기를 언급했다.
차이 총통은 “당시 군과 민간인들이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을 지키기 위한 그 어떤 위협도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대만 국민들의 국가 방위에 대한 결의를 흔들 수 없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국민들도 자신을 위해 평화, 안보, 자유와 번영을 수호할 결의와 자신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22일에는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주 주지사와 회담을 갖고 선물도 교환했다. 홀콤 주지사는 지난 14일 미 상·하의원 5명이 대만을 찾은 지 일주일 만에 경제·무역·학술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했다.
대만을 둘러싸고 이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25년 만의 방문으로 중국이 주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국회의원, 미 싱크탱크 학자 등의 잇단 방문으로 중국이 더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필요할 경우 무력으로 대만을 점령할 수 있는 자치령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고위급 외빈의 방문은 대만의 문제에 대한 간섭과 사실상의 대만 주권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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