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대 부패 스캔들’ 말레이 나집 전 총리 징역 12년형 확정

  • 뉴스1
  • 입력 2022년 8월 24일 10시 02분


무려 45억달러(약 6조412억원) 규모에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나집 라작(69)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23일 징역 12년형을 확정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최고법원인 연방법원은 나집 전 총리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2억1000만링깃(약 628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지하고, 나집 전 총리측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전직 총리가 유죄를 확정받고 수감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나집 전 총리가 구속기소 이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으며, 그의 유죄 확정이 말레이 하원 해산 시기와 이후 총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제임스 친 태즈매니아대 아시아학과 교수는 AFP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 법에 따라 나집은 이번 선거와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며 “그의 정치적 경력은 끝났다”고 말했다.

나집 전 총리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재임 중 이른바 1MDB 스캔들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사임 후 무려 42개의 혐의로 피소됐다. 1MDB는 나집이 재직 당시 경제개발 사업을 위해 2009년 설립한 국영 투자기업으로, 그는 측근들과 함께 총 45억달러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심을 맡았던 쿠알라룸푸르 고등재판소는 2020년 1MDB의 자회사인 SRC인터내셔널 관련 7개 혐의에 대해 먼저 징역 12년과 벌금 2억1000만링깃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항소법원은 나집 전 총리의 항소를 기각했고, 이날 연방법원 또한 원심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우선 42개 혐의 중 7개 혐의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연방법원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피고측의 주장은 일관성이 없어 신용할 수 없다”고 단정하며 판사의 만장일치로 상고를 기각해 유죄 판결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나집 전 총리는 재판이 불공정하다며 심리 연기를 요구했으나 이 또한 기각됐다.

1MDB 스캔들은 미국 법무부와 싱가포르 당국도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국제적인 비리 사건이다. 나집 전 총리는 재임 중 “중동의 왕가로부터 받은 개인 헌금”이라고 주장하며 비리 의혹을 일축했었다. 그러나 2018년 5월 정권이 교체되면서 수사가 재개됐고 그는 같은 해 7월 구속 기소됐다.

나집 전 총리에게는 이 사건과 관련해 35개의 혐의가 남아 있어 이후 유죄 판결이 잇따른다면 수감 기간과 벌금 액수가 더 늘 수 있다.

한편 그가 사면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싱크탱크인 퍼시픽리서치센터의 오 에이선 수석고문은 “그는 말레이시아 국왕으로부터 사면을 신청할 수 있다”면서 “그에게는 봉건주의적 성향의 지지자들이 많아 쉽게 정계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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