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탈라이(Talai) 부족과 킵시기스(Kipsigis) 부족이 유럽인권재판소를 통해 영국 정부에 1680억 파운드(약 264조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가 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탈라이 부족 측은 영국의 식민 통치 과정에서 부족민 전체가 모기와 체체파리가 들끓는 골짜기로 강제로 이주당했으며, 그로 인해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과거 식민제국 시절 차 산지로 유명한 케리초에서 플랜테이션 농장을 운영한 바 있다.
부족 측은 또한 케냐가 1963년에 독립한 이후 케리초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고향 땅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불법 체류자처럼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케리초에는 유명 차 회사인 유닐레버, 윌리엄슨 티, 립톤 등이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부족 측 변호인은 “영국 정부는 부족민의 피해에 대해 침묵했고, 가능한 구제책을 어느 것 하나 실천하지 않았다. 이제는 역사를 바로잡을 때이다”라고 말했다.
두 부족은 영국 정부뿐 아니라 영국군을 비롯한 전(前) 식민지 관리자들에도 살인, 성범죄, 고문 및 감금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는 지난 2019년 케냐가 영국을 UN 측에 제소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UN 측은 당시 2년여간의 조사 이후 오십만 명이 넘는 케냐인들이 영국의 식민 통치하에 인권을 침해받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으며, 영국 측이 합당한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느낀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 측은 케냐 마우마우족 봉기 진압에 대한 지난 2013년의 배상금 지급 과정에서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했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2013년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케냐 피해자 5228명에게 340억원을 배상했으며,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사과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부족 측은 이에 대해 이번 소송이 1950년에 발생한 마우마우족의 봉기 진압이 아니라 그보다 수십 년 앞선 혐의들에 대한 보상 청구라는 입장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