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자포리자 원전 한때 폭발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7일 03시 00분


러시아군이 장악한 유럽 최대 원전, 화재로 전력 끊겨 냉각시스템 멈춰
과열로 폭발땐 체르노빌 피해 10배… 다행히 비상전력 가동돼 참사 막아
원전 주변 교전… 핵재앙 위기 커져
바이든 “러 원전통제권 넘겨야” 압박

22일(현지 시각) 촬영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외벽에 ‘3번(원자로)’이라고 적힌 글씨가 보인다. 자포리자=신화 뉴시스
22일(현지 시각) 촬영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외벽에 ‘3번(원자로)’이라고 적힌 글씨가 보인다. 자포리자=신화 뉴시스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25일(현지 시간) 한때 원자로에 전력 공급이 완전히 중단됐다. 다행히 예비 전력이 가동됐지만 유럽에서 핵 재앙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이 폭발하면 ‘체르노빌 참사’의 10배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는 원전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넘겨줘야 한다”며 압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83일째인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6기 중 가동 중인 2기에 전력 공급이 한때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에 따르면 24일 원전 옆에 있는 자포리자 화력발전소에 화재가 발생했고 그 여파로 원전을 연결하는 송전선까지 불에 타 끊어졌다.

원전과 외부를 연결하는 고압 송전선은 총 4개였는데 3개는 전쟁 초기 파손됐고, 이번 화재로 마지막 남은 것마저 파괴돼 원전을 가동시킬 전력을 외부에서 공급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에네르호다르 측은 “침략자(러시아군)들이 원전을 전력망에서 분리시켰다”며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비판했다.

정전이 90분 이상 이어지면 원자로가 과열된다. 이번에는 자체 비상 전력이 가동되면서 참사를 막았지만, 정전이 길어지면 냉각 시스템이 멈춰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노심용융)’이 벌어진다. 1986년 20만 명이 피폭된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같은 원인으로 벌어졌다. 자포리자 원전이 폭발하면 독일 등 주변국까지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이 원전을 우크라이나 전력망에서 분리한 뒤 생산된 전기를 크림반도와 자국으로 빼돌리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포격 때문에 불이 나 전력 차단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력망을 교체하다가 사고를 냈거나 일부러 송전선을 불태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끊어진 송전선을 다시 연결하겠다고 나섰지만 러시아는 “복구는 불가능하다”며 가로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능 누출 공포가 커지자 원전 직원들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전쟁 전만 해도 1만1000여 명이 근무했지만 현재는 10∼15%가량만 남았다. 한 직원은 “최근 보름간 동료들이 겁에 질려 미친 듯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연설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자포리자 원전이 멈췄다. 세계는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야 한다”며 “러시아가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방사능 재앙 직전까지 몰고 갔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전문가들을 자포리자 원전에 긴급 파견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초 전에 IAEA 사찰단 파견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자포리자 원전#폭발위기#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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