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중국에서 유례없는 가뭄 및 폭염이 이어지면서 공업 분야의 이익이 급감하고 있다. 역대급 전력난으로 제조업 기반시설이 밀집한 쓰촨성과 충칭 직할시 등에서 공장 가동 중단이 속출한 여파로 풀이된다. 당국이 긴급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 목표로 한 5%대 성장률 달성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 상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베이징, 상하이, 톈진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됐고 하반기에는 최근 전력난의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세계적 투자은행 등은 속속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28일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4.0%에서 3.6%로 내렸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일본 노무라증권 등도 성장률 예상치를 하향했다. 노무라는 기존 3.3%에서 2.8%로 낮췄다.
○ 전력난으로 7월 누계 공업이익 1.1% ↓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올 1∼7월 중국의 공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한 4조9000억 위안(약 957조 원)으로 나타났다. 올 1∼6월은 지난해보다 1.0% 늘었지만 전력난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이 심각해진 7월 한 달 동안 급감하면서 올해 전체 누계로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SCMP는 국가통계국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7월 공업이익이 지난해 7월보다 12% 줄어든 6227억 위안(약 121조6000억 원)에 그쳤다고 전했다. 특히 올 6월과 비교하면 25% 급감했다.
공업이익 급감 주요 원인은 전력난에 따른 제한 송전이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하반기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당국이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산업용 대신 가정용 전력을 우선 공급하면서 제조업 전반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애플의 최대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 미 반도체 기업 인텔,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 등 세계적 대기업의 공장이 자리한 남부 쓰촨성은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의 핵심 생산지다. 그간 전력 생산의 80%를 수력발전에 의존해 왔던 터라 전기 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유독 클 뿐 아니라 전 세계 공급망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 GDP 전망치 속속 하향
당국은 전력 공급 대신 돈을 풀어 기업들의 불만을 달래고 있다. 26일 블룸버그는 중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 총 1조 달러(약 1324조 원)의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해안 대도시에 비해 낙후된 서부 고비사막 등에 태양광 발전 시설 등을 건립하고 200km의 세계 최장 수로(水路)를 건설하기로 했다. 2035년까지 곳곳에 고속도로 5만8000km를 새로 깔거나 복원하고 주요 도시의 지하철 건설을 늘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22일 중앙은행 런민은행 역시 사실상의 기준 금리로 꼽히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65%로 기존보다 0.05%포인트 내렸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다만 이런 조치들로 중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아직도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도시를 봉쇄하고 주민 이동을 제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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