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3분의 1이 물에 잠겨”…4개월 폭우로 1100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0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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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하늘에서 지옥문이 열렸어요. 성서에서나 볼 법한 홍수입니다.”

유례없는 홍수가 덮친 파키스탄의 신드주(州) 관계자는 2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피해 상황을 전하며 “대비책이 없다”고 했다. 파키스탄에서는 5월부터 4개월 가까이 폭우가 지속되고 있다.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으며 누적 이재민은 570만 명에 달한다. 파키스탄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댐의 수용량도 한계치에 임박했다. 댐이 붕괴할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이상기후가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파키스탄의 열악한 기반시설과 무분별한 벌목 등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셰리 라만 파키스탄 기후장관은 이날 BBC에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며 “국토가 마치 거대한 바다처럼 변했다. 물을 퍼낼 수 있는 마른 땅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홍수로 파키스탄 4개 주 전역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큰 신드주에는 이번 달에만 평년 대비 약 8배에 달하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발로치스탄 남부는 통상 우기기간에 내리던 비의 5배 넘는 비가 쏟아졌다.

파키스탄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1136명 가운데 최소 3분의 1이 어린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 인구의 15%인 3300만 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파키스탄 군 관계자는 AFP에 “대부분의 땅이 물에 잠겨 구조 헬기가 착륙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비가 최근 거세지면서 이번 홍수가 2000명이 넘게 사망했던 2010년 홍수 때보다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산피해도 막대하다. 전국적으로 가옥 약 100만 채가 부서졌고 다리 170여 개가 유실됐다. 가축 피해도 72만7144마리에 달한다. 아흐산 아크발 파키스탄 개발계획부 장관은 29일 로이터에 “피해액이 100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재건에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12억 달러 금융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앙숙 관계’인 인도에서 식량을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양국은 카슈미르 영유권을 두고 수차례 전쟁까지 치르는 등 적대 관계를 이어왔다.

● 50도 이상고온 나타나다 최악 홍수

기록적인 ‘물폭탄’의 원인은 평년보다 크게 높은 기온인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5월 최고기온은 평균 36도 수준이지만 올해엔 일부 지역에서 50도를 넘는 이상고온 현상이 관측됐다. 통상 기온이 1도 높아지면 대기 중의 수증기량도 7%씩 늘어 비가 더 많이 내린다. 게다가 6월에 찾아오던 우기가 올해엔 5월부터 시작되며 더 많은 비를 뿌렸다.

이상고온으로 파키스탄 동북부 히말라야산맥의 빙하도 녹아내렸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50km 떨어진 세계 최대의 사력댐(모래와 자갈로 쌓은 댐)인 타르벨라 댐은 연일 최고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댐이 넘칠 경우 펀자브 등 하류지역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파키스탄의 열악한 사회기반시설과 경제력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영국 레딩대학 리즈 스테판 교수는 가디언에 “삼림 벌채가 빗물의 유출 속도를 더 높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은 독일의 민간 기후연구기관 ‘저먼워치’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기후위험지수’에서 기후재난에 취약한 국가 8위(2000~2019년 기준)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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