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의 정식 국호 ‘중화민국’이 표기됐다는 이유로 대만에서 수입한 책을 모두 압수했다. 다음달 1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장기집권(3연임)을 확정하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사회, 문화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1일 쯔유시보를 비롯한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 톈진해관(세관)은 최근 통관을 신청한 대만 서적 5000여 권 가운데 중화민국이라는 표현이 포함됐거나 출판 일자에 ‘민국기년(民國紀年·중화민국이 건국한 1912년을 원년으로 삼는 대만 기년법)’을 사용한 책 1321권을 압수했다. 출판 일자를 ‘중화민국 108년 1월’ 등 민국기년 표기한 것이 중국 국가주권을 침해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만 국립박물관 고궁문물예술기금 출간 도서를 비롯해 문화재 도감, 만화 과학 서예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 책들이 압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민국은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무너진 이듬해 1912년 세운 중국 최초 공화국이다. 신해혁명을 계승한 중국 적통(嫡統)을 자임하는 대만은 중화민국을 국호로 사용하며 신해혁명이 일어난 10월 10일을 국경절로 삼고 있다. 대만 공공기관과 기업, 자영업자는 서기(西紀) 대신 ‘중화민국 ○○○년’ 같이 민국기년을 많이 사용한다.
쯔유시보는 최근 정치나 근대사처럼 민감한 주제를 다루지 않은 대만 책도 중국에 배송하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아예 배송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고 보도했다. 중국 산둥성 저장성 등은 지난달 27일 대만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작가 룽잉타이(龍應台·70) 작품을 즉각 폐기 처분하라고 일선 학교에 지시했다. 중국 당국은 2019년 홍콩 반정부 민주 시위 당시 시위대를 두둔하는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아 그의 저서들을 금서(禁書)로 지정했다.
쯔유시보는 최근 중국 당국의 대만 서적 집중 검열은 다음달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공산당에 비판적인 대만 서적의 유입, 확산을 사전에 막기 위한 사회, 문화적 통제 조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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