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으로 안 치러… 옐친때와 대조적
‘反푸틴’ 무라토프 영정사진 들어
NYT “추모객들이 침묵의 시위”
러시아 반정부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3일(현지 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1931∼2022) 장례식이 3일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불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모스크바 도심 ‘하우스 오브 유니언’ 기둥의 전당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추모객 수천 명이 장례식장 밖까지 줄을 서서 소련 마지막 지도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추모객들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시신 앞에 헌화하며 성호를 긋거나 울음을 터뜨렸다. 외동딸 이리나와 두 손녀가 빈소를 지켰다.
예고대로 장례식은 국장(國葬)으로 치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은 대부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참석했다. 외국 지도자로는 친(親)러시아 성향 헝가리 극우 지도자 오르반 빅토르 총리만 참석했다. 국장으로 치르고 푸틴 대통령이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한 2007년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장례식 때와는 대조적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장례식장을 찾은 추모객들이 ‘침묵의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해를 입을까 익명을 요구한 시민들은 NYT에 “그의 죽음은 민주주의의 죽음 같다”고 털어놨다. 장례식을 마친 뒤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영정사진을 들고 운구 행렬을 이끌었다. 무라토프는 1993년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지원을 받아 새로운 신문이란 뜻의 매체 ‘노바야 가제타’를 설립해 민주주의를 위해 애썼다. 푸틴 정부 비리를 폭로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다가 정부로부터 언론 면허 취소 소송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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