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을 감안해 러시아와 군사 관계 강화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와의 군사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기 때문에 중국이 러시아와의 군사 관계 강화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SCMP는 “중국이 러시아 주도의 다국적 군사훈련인 ‘보스토크(동방)-2022’에 2000명이 넘는 병력을 파견했다”면서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을 통해 중국이 미국의 반발을 불러올 러시아와의 과도한 밀착을 피하면서도 군사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1979년 베트남전 이후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중국군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시리아 등 지역에서 경험을 얻은 러시아군으로부터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또 “중국이 일부 (군사) 기술 개발 분야에서 러시아를 앞서면서 중러의 관계는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르툠 루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요인으로 중국은 러시아와의 군사 관계에 대해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면서 “중국은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루킨 교수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 이전 군사 관계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적어도 군사적 분야에서 ‘관계를 유지하지만 강화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분석이 공개된 정보를 근거로 한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중러 양국 간 은밀한 군사 기술이나 정보 교환이 증가했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루킨 교수는 또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 강화를 꺼리는 것은 미국 기술과 경제에 의존하기 때문이고, 내달 20차 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미국과 그 동맹의 반대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라 키르히베르거 독일 킬 대학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안보센터 소장은 “미국, 영국, 호주 사이의 동맹은 오랜 기간 같은 편에 서서 싸운 여러 경험 속에서 발전된 진정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면서 “반대로 권위주의 국가들은 이익을 공유할 때 일정 기간 동맹처럼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지만 어느 한쪽이 배신으로 인한 이점을 봤을 때 (관계가) 쉽게 깨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전략적 오판과 군사적, 기술적 열악한 성과로 인해 중국은 러시아를 문제 있고 골치 아픈 파트너로 보게 됐다”면서 “중국의 입장에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강화하는 대신 그러한 실수의 여파를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자체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러시아 무기에 대한 의존도도 점점 줄이고 있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은 여전히 러시아로부터 대부분의 무기를 수입했지만, 그 규모는 지난 10년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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