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올해 안에 빨리 만나야 한다. 경제, 안보 등 어떤 분야라도 좋으니 양국 공통의 목표를 찾아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7선 중진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60) 중의원 의원은 2일 도쿄 중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특히 그는 “윤 대통령이 관계 개선의 진심을 전하면 기시다 총리도 거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며 “한국이 움직이면 일본은 캐치할(호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1월 각각 방콕과 발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정상회담 계기로 거론하면서 지금이 지금이 정상회담의 적기라고 말했다.
나가시마 의원은 중의원 안보위원장, 방위성 차관 등을 지낸 자민당 내 대표 외교안보 정책통이다. 일본 국회와 정부에서 방위비 증액, 한일 외교 등의 정책 협의에 깊이 관여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한일 정상회담 필요성을 어떻게 보나.
“빨리 열렸으면 한다. APEC, G20 같은 회의 때 짧게라도 서서 만나면 된다. 역사 문제 해결은 어렵겠지만 다른 공통의 목표를 찾으면 된다. 미국이 제안하는 반도체 칩4 동맹도 좋고 안보 협력도 좋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한국 정부의 현 외교안보팀은 최근 10년 중 최고의 멤버가 모인 초일류다. 지금 일본 외교안보팀도 괜찮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 하마다 야스이치 방위상 모두 한국에 우호적이다. 이런 모멘텀을 어떻게든 살려가야 한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제스처에 화답하지 않는 것 같다.
“기시다 총리는 외상 시절인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파기당한 것에 대한 상처가 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설득하고 당내 보수파 반대를 무릅쓰며 전략적 결단을 했음에도 그런 결말이 나 버렸다. 그래도 정상회담은 열려야 한다. 윤 대통령이 관계 개선의 진심을 전하면 기시다 총리도 거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렇게 얘기해서 좀 그렇지만, 일본으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국 정부가 잘 해결해 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가 언제까지 어두운 밤이어서는 안 된다.” ―수출 규제 등 다른 현안의 해결책은.
“한꺼번에 빅딜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이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준다면 수출 관리, 위안부,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 문제 등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일괄적으로 풀 수 있다. 일본 내에서 ‘한국과 관계 개선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목소리가 커서 그렇지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이 움직이면 일본은 캐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려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만회하는 것이다. 중국이 군사력을 늘리면서 센가쿠열도, 대만, 일본을 압박한다. 이제까지 일본은 공격을 당해야 방어한다는 개념이었지만 전자전 미사일 시대인 지금은 다르다. 공격력을 가지지 못하면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없고 전쟁을 억지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러시아, 중국, 북한이라면 몰라도 국내총생산(GDP)의 1~2%를 방위비로 쓰는 걸 갖고 군사대국이라고 하는 건 지나친 정치적 비판 아닐까. 독일도 방위비를 늘리지 않나. 일본, 한국,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에서 영향력을 가진 나라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중국의 압력을 누를 수 없다.”
△나가시마 의원은…
1962년 요코하마시 출생. 게이오대 법학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을 나와 2003년 첫 당선. 자민당 내 외교안보 전문가로 일한의원연맹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한국 여야 정치인과 인연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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