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이 반도체 등 핵심기술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하고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핵심기술에 대한 당의 지휘를 강화해 공격 방향과 돌파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직접 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칩4’, ‘반도체 지원법’ 등을 동원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앙전면개혁심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 조건 아래 중대한 핵심기술에서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적 체제를 완비하는 데 대한 의견’을 통과시켰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당과 국가의 지휘를 집중하고 강화할 수 있는 사회주의 제도의 이점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면서 “핵심기술에 대한 전략적 목표 방향을 명확히 정하고 전국적 체제 개선을 통해 자원 할당을 최적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말한 ‘핵심기술’은 반도체 기술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반도체 굴기’, ‘반도체 자립’ 등을 외치며 2014년부터 지금까지 총 66조 원 규모의 대형 펀드(빅펀드)를 운용하며 중국의 반도체 회사들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 펀드 운영 회사의 전 총재와 부총재 등이 잇따라 비리혐의로 적발되는 등 총체적 부실 운영이 드러났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중국 당국이 8년 동안 막대한 지원을 해 왔지만 “부패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자 결국 공산당이 직접 개입해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해 반도체와 국가안보를 연계시키면서 중국을 위협하고 있고, 또 한국 일본 대만 등과 ‘칩4’회의를 통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제외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위기의식이 커지자 공산당의 직접 개입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사회주의 제도의 이점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국가적 역량과 자원 등을 공산당의 결정에 따라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특징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반도체 분야에 막대한 지원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시 주석은 “핵심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국내 제도 개선과 현안 해결에 주력하고, 학자 선발의 질을 높여야 하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사회적 명예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당중앙위원회의 중앙집권적, 통일적 지휘를 강화하고 권위 있는 의사결정 지휘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면서 공산당의 강력한 권한과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발간된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도 과거 시 주석의 언급 가운데 ‘현대화’를 강조한 부분들을 종합 편집해 발표하면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산당의 적극 개입을 측면 지원했다.
추스는 2년 전 시 주석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반드시 중국식 현대화로 추진해야 한다”고 연설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양극화와 물질주의가 팽배한 서구 방식의 현대화는 중국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공산당 중심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모든 인민이 함께 잘사는 중국식 현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