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 “7조원 韓 투자하려던 대만 반도체社 설득, 美로 돌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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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기업 투자 유치 성공… 반도체-배터리 등 美가 지배해야”
中 기술발전 억제-공급망 장악 의지… 시진핑 “당의 핵심기술 지휘 강화”
美와의 반도체 전쟁 직접 개입 지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에 반도체 공장 신설을 검토하던 대만 기업을 설득해 미국에 투자하도록 돌려세웠다며 이를 성과로 홍보했다. 세계 3위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기업인 글로벌웨이퍼스가 50억 달러(약 7조 원)를 들여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 하자 미국 투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다.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같은 분야를 미국이 지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기술 공급망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동맹국에 대한 투자도 가로챌 정도로 미국의 이익이 더 중요함을 드러낸 것이다.
○ 美 첨단기술 경쟁서 동맹보다 자국이익 강조
러몬도 장관은 WSJ에 6월 도리스 쉬 글로벌웨이퍼스 최고경영자(CEO)와 1시간가량 통화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이 회사는 독일에 새 공장을 지으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대체 부지로 건설비가 비교적 저렴한 한국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러몬도 장관은 “쉬 CEO가 (당시 통화에서) ‘미국의 추가 지원이 없다면 새 공장은 한국에 지어야 할 것’이라고 하여 나는 ‘우리가 그 계산을 맞추도록 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보름 뒤 글로벌웨이퍼스는 미국 텍사스에 신공장을 건설해 1500여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웨이퍼는 반도체 칩의 핵심 소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백악관에서 손에 둥근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세계 웨이퍼 시장 1, 2위는 일본의 신에쓰와 섬코다.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스(3위), 독일의 질트로니크(4위), 한국의 SK실트론(5위)이 뒤를 잇고 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2020년 질트로니크 인수를 추진했다가 무산됐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지원법 관련 브리핑을 열고 “기업들이 (법에 따라) 미 행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면 기업들은 이 돈을 중국에 투자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며 “기업들이 지원금을 받은 뒤 법을 어기면 지원금은 회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 지원법은 지원금을 받은 기업들이 10년간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도 지원금을 수령하면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 시진핑 “핵심 기술 공산당 지휘 강화”
중국은 미국과의 반도체 패권 전쟁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일 공산당 회의에서 “핵심 기술에 대한 당의 지휘를 강화해 공격 방향과 돌파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발전 억제를 본격화하자 맞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핵심 기술에 대한 전략적 목표를 명확히 정하고 전국적 체제 개선을 통해 자원 할당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2014년부터 66조 원 규모의 국가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기업들을 지원해 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액은 110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FDI 유입 증가율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1.7%에 이른다. 일본도 지난해 11월 6조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TSMC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 등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미국#러몬도 상무장관#한국#반도체 공장#대만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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