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 광장 인근. 10년생 암컷 침팬지 치치와 사육사 빅토리야 코지레바 씨가 서로 1m 정도 떨어진 채 ‘동물원 귀가 여부’를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치치는 이날 하르키우 동물원에서 탈출했다. 코지레바 씨의 ‘설득’에도 치치는 등을 돌려 앉거나 그를 밀치는 등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두 시간여 이어지던 대치는 한순간 종료됐다. 갑작스럽게 빗방울이 떨어지자 치치는 빠르게 코지레바 씨에게 달려갔다. 코지레바 씨가 입고 있던 노란색 점퍼를 벗어 입혀주자 치치는 그의 품에 안겼다. 치치의 ‘일탈’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치치는 코지레바 씨 자전거에 올라타고 무사히 동물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치치가 광장에서 코지레바 씨를 만나 실랑이를 벌이다가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영상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올 3월 러시아의 침공 초기 집중 포격과 공습으로 도시 전체가 초토화되다시피 한 하르키우 시민들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 침팬지 치치 사연을 소개했다.
하르키우 동물원 측은 치치가 왜, 어떻게 탈출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군의 포격과 공습 사이렌이 끊임없이 울리면서 치치뿐 아니라 동물원의 다른 동물들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동물원 측은 밝혔다. 전쟁의 공포를 동물들도 느끼는 셈이다.
치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올 2월 24일 원래 살던 하르키우 북부 ‘펠드만 에코파크’ 동물원에서 구조돼 이곳으로 옮겨졌다. 당시 펠드만 에코파크 동물원에서는 오랑우탄 두 마리, 침팬지 한 마리를 비롯해 100마리의 동물이 포격에 맞아 죽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르키우는 올 3월 러시아군에 점령됐으나 5월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했다. 치치가 동물원 밖 세상 구경을 한 이날도 하르키우 외곽에서는 러시아군 공습으로 민간인 3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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