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즉위 “여왕처럼 헌신”…국민 반감도 적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2일 21시 55분


코멘트
영국 즉위위원회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이틀 만인 10일(현지 시간) 장남 찰스 3세를 국왕으로 공식 선포했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당일(8일) 자동으로 왕위를 계승했고 9일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접견하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찰스 3세는 첫 대국민 연설에서 “여왕이 변함없이 헌신했던 것처럼 나도 내게 허락된 시간 동안 충성심과 존경, 사랑으로 국민을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역사상 최고령(74세)으로 국왕에 올랐다.

영국은 왕과 관련된 상징물을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군주가 머무는 곳에 거는 왕실 깃발 ‘로열 스탠더드’, 영국 관공서 깃발에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상징 문장과 영어 약자인 ‘EIIR’(Elizabeth Ⅱ Regina)가 찰스 3세의 것으로 바뀐다. 영국 국가인 ‘하느님, 여왕을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Queen)’의 제목과 가사에 나오는 ‘여왕(Queen)’은 ‘왕(King)’으로 바뀐다. 여왕의 얼굴이 새겨진 영국 파운드화 지폐와 동전도 새로 찍는다. 교체 대상인 화폐의 액면가를 합하면 110조 원 규모에 달해 교체 작업에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찰스 3세에 대해 “수줍음이 많고 예민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쁜 어머니와 엄한 아버지(필립 공) 아래서 살가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중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어린이들에게 해리포터 시리즈를 구연동화처럼 읽어주는 자상한 면모도 가졌다.

그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처럼 영국인에게 사랑받는 군주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찰스 3세의 현 부인인 커밀라 파커볼스 왕비는 2005년 재혼한 배우자다. 전 부인은 생전 영국 국민들의 ‘슈퍼스타’로 통했던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 찰스 3세는 1981년 다이애나와 결혼했으나 당시 유부녀였던 커밀라 왕비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다 1996년 다이애나와 이혼했다. 1년 뒤 다이애나가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숨지자 찰스 3세는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왕위 계승 서열에서 그를 빼야 한다”는 요구까지 일었다.

현재도 찰스 3세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런던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카릴 씨는 본보에 “새 국왕이 옛날에 다이애나를 버리고 카밀라와 재혼했기 때문에 다들 싫어한다. 다이애나가 살아있다면 오히려 그녀가 여왕이 될 만했다”고 말했다.

11일 옥스퍼드와 에딘버러에서는 시위대가 “누가 찰스를 국왕으로 뽑았느냐”고 외치며 항의하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