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10일 제2도시 하르키우가 있는 동북부 하르키우주(州)의 주요 도시를 러시아로부터 탈환하는 등 200일째로 접어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세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잇단 반격에 성공해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 전선의 보급 기지로 활용한 이줌과 동부의 교통 중심지 쿠피얀스크 등을 수복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의 연이은 탈환으로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장악하려던 러시아의 원대한 계획이 틀어졌다”고 평가했다.
○ 우크라, 이달 들어 서울 5배 영토 회복
우크라이나군은 6일 동부 하르키우 지역에 공격을 개시해 8일 발라클리야 탈환에 성공했다. 이어 10일 쿠피얀스크와 이줌도 되찾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성명을 내 “최근 발라클리야, 이줌, 쿠피얀스크를 비롯해 도시와 마을 수백 곳을 해방시킨 우크라이나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르키우주 관리들에 따르면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10km 떨어진 코자차 마을도 러시아로부터 해방됐다.
러시아군은 퇴각했다. 10일 러시아 국방부는 “발라클리야와 이줌에 배치한 부대를 동부 도네츠크로 재편성해 동부 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철수를 사실상 인정했다. 러시아군은 탄약과 군사 장비를 기지에 그대로 방치했고, 일부 병사들은 총을 버린 채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달 들어 우크라이나가 회복한 영토는 서울 면적(605km²)의 5배 수준이다. 발레리 잘루지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11일 “우크라이나군이 11일간 영토 3000km² 이상을 수복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동부 주요 도시 탈환으로 러시아는 보급선에 큰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는 4월 이줌을 점령한 뒤 돈바스 전투의 보급 기지로 활용했다. 철도 교통 중심지 쿠피얀스크 역시 주요 보급로였다. 우크라이나가 두 도시를 되찾으면서 돈바스 점령지에서도 전세 역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언덕을 굴러 내려가는 눈덩이처럼 (러시아군 철수 규모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작전에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 포병로켓체계인 ‘하이마스(HIMARS)’ 등 서방이 지원한 무기를 적극 활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한 직후여서 서방 동맹국들에 중요한 시점에 우크라이나가 무기 지원의 효과를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 뉴욕타임스 “러 내부서 ‘전쟁 실패’ 분노 커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의 동북부 철수를 비판하며 푸틴 대통령이 전쟁의 실상을 모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전쟁의 최대 지지층인 푸틴 충성파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이며, 러시아 내부에선 전쟁 실패를 지적하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밀려나면서 하르키우의 화력발전소를 포격했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텔레그램에 하르키우 제5화력발전소가 화염에 휩싸인 사진을 올리면서 “러시아가 우리에게서 빛과 물, 온기를 없애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는 잇단 포격 사태로 핵 재앙 우려가 커지고 있는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국영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은 11일 오전 3시 41분 자포리자 원전 원자로 6호기에 대해 가장 안전한 상태인 ‘냉온정지(cold shutdown)’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6호기는 자포리자 원전에서 가동되던 마지막 원자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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