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英 여왕 서거]
국가 가사중 ‘여왕’→‘왕’으로 바꾸고, 왕실 깃발-지폐-동전 교체 나서
불륜-다이애나 사망 뒤 국민적 비난
BBC “수줍음 많고 예민한 영혼 가져”
영국 즉위위원회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이틀 만인 10일(현지 시간) 장남 찰스 3세를 국왕으로 공식 선포했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당일(8일) 자동으로 왕위를 계승했고 9일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접견하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찰스 3세는 첫 대국민 연설에서 “여왕이 변함없이 헌신했던 것처럼 나도 내게 허락된 시간 동안 충성심과 존경, 사랑으로 국민을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역사상 최고령(74세)으로 국왕에 올랐다.
영국은 왕과 관련된 상징물을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군주가 머무는 곳에 거는 왕실 깃발 ‘로열 스탠더드’, 영국 관공서 깃발에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상징 문장과 영어 약자인 ‘EIIR’(Elizabeth Ⅱ Regina)가 찰스 3세의 것으로 바뀐다. 영국 국가인 ‘하느님, 여왕을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Queen)’의 제목과 가사에 나오는 ‘여왕(Queen)’은 ‘왕(King)’으로 바뀐다. 여왕의 얼굴이 새겨진 영국 파운드화 지폐와 동전도 새로 찍는다.
영국 BBC는 찰스 3세에 대해 “수줍음이 많고 예민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쁜 어머니와 엄한 아버지(필립 공) 아래서 살가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중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어린이들에게 해리포터 시리즈를 구연동화처럼 읽어주는 자상한 면모도 가졌다.
그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처럼 영국인에게 사랑받는 군주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찰스 3세의 현 부인인 커밀라 파커 볼스 왕비는 2005년 재혼한 배우자다. 1981년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결혼했으나 유부녀였던 커밀라 왕비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다가 1996년 다이애나와 이혼했다. 1년 뒤 다이애나가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지자 찰스 3세는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찰스 3세가 10일 즉위식에서 보인 태도도 논란이 됐다. 그가 즉위 선언문에 서명하기 전 탁자 위 쟁반이 거슬리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미는 시늉을 하자 수행원이 황급히 쟁반을 치웠다. 조금 뒤에는 잉크통을 보고 치우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이 장면은 영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영국 가디언 등은 “여왕이었다면 직접 옮겼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11일 옥스퍼드와 에든버러에서는 시위대가 “누가 찰스를 국왕으로 뽑았느냐”고 외치며 항의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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