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남부 러시아군 점령지에 대한 우크라이나군 반격에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 내부에서 정부를 불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방송에서도 이례적으로 전쟁을 비판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날 NYT 등에 따르면 9일 러 관영 NTV 정치 토크쇼에 출연한 야당 소속 보리스 나데즈딘 전 국회의원은 "러시아는 현 상황에서 이 전쟁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나데즈딘 전 의원은 "러시아는 경제적, 기술적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강력한 군대와 맞서 싸우고 있다"며 "평화협상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 직후 이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한 친(親)푸틴 계열 정치인은 "말조심 하라"고 쏘아붙였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탈환 작전으로 전쟁에 낙관적이던 러 국영방송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12일 국영 TV '로시야-1'에 출연한 알렉세이 페넨코 모스크바대 교수는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가공할 만한 적과 마주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블라디미르 솔로비요브 로시야-1 앵커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체 압도적 세력과 싸우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밀리는 원인을 짚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 탈환 작전은) 우크라이나군 예상만큼 순탄하지 않다"고 주장한 지 나흘 만에 사실상 러시아군 열세를 인정한 것이다.
일부 러시아 전문가는 러시아군 패전(敗戰) 소식이 알려지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일 로시야-1에 출연한 원로 정치학자 비탈리 트레차코프 모스크바대 교수는 "현재 러시아 국민은 승리에 대한 엄청난 자신감에 차있다. 이 기대감은 실제 (전선에서의) 진전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사람들이 왜 승리와 진전이 없는지 물을 때 사회적 갈등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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