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행사에서 한국 고대사를 소개하며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 한국이 즉각적인 수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오히려 “고구려 문제는 토론이 가능한 학술 문제”라고 맞받았다. 양국 우호협력을 증진하자는 행사에서 중국이 고구려 발해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한중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베이징 중국 국가박물관은 한중 수교 30주년,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7월부터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展)’을 열고 있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전시회에 한국 고대사 연표와 여러 유물을 제공했다.
문제는 13일 현재 전시장에 게시된 ‘한국고대역사연표’에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건국·멸망 연도를 표기하면서 고구려와 발해를 아예 뺐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연표 하단부에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했다’고 표기했다. 한국이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사로 인정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
중앙박물관 측은 이날 “중국 측에 제공한 연표에 고구려와 발해 건국 연도가 포함돼 있었다. 중국 측이 임의로 편집했다”며 “즉각 수정과 함께 사과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통상 전시 때 제공 기관의 자료를 성실히 반영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고 비판했다. 한국 외교부는 “역사 문제는 우리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역사 왜곡 동향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고구려 문제는 학술 문제”라며 “학술 영역에서 전문적인 토론과 소통을 할 수 있으며 정치 이슈화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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