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장남인 찰스 3세(73)가 공식적으로 국왕에 오른 가운데, 경찰관 일부가 찰스3세를 반대하는 시위대를 진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영국 당국은 과잉 진압이라는 시민단체의 비판에 시위 권리가 보장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의 군주 상징으로 자리잡은 엘리자베스의 여왕이 서거하자 현지에서는 군주 폐지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영국의 변호사이자 기후 운동가인 폴 파울슬랜드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런던 의회 광장에서 백지를 들고있었으나 경찰관과 충돌한 일화를 누리꾼들에게 전했다.
그는 당시 경찰관이 자신에게 다가와 백지에 ‘나의 군주가 아니다(Not My King)’라는 문구를 적을 경우 공공질서법에 따라 체포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구는 지난 10일 즉위한 찰스 3세를 가리키는 반체제 문구로, 시민들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영국 당국의 입장이다.
영국 남부 옥스퍼드에서도 찰스 3세 즉위 선언 당시 한 45세 남성이 “누가 그를 선출했는가?(Who elected him)”라고 외친 이유로 체포돼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위가 산발적으로 등장하자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거세지고 있다.
영국의 개인정보 보호 단체인 ‘빅 브라더 워치’는 성명을 통해 “사람들이 단순히 시위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체포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며 불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찰은 국민의 애도와 경의를 표출할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 만큼, 국민의 시위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유 선거 운동 단체의 조디 벡 역시 “시위 권리는 민주주의의가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부분”이라면서 “경찰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단속하기 위해 강압적이고 징벌적인 방식으로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우려가 된다”고 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영국 당국은 일부 경찰관의 행동이 과도했다고 시인하며 시민들의 시위 권리가 당연히 보장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실은 “국가 애도 기간이긴 하지만, 시위라는 기본권은 여전히 우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입장을 냈다.
런던 경찰청 스튜어트 컨디 총경 역시 “대중은 절대적으로 시위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특별 치안 작전에 투입된 모든 경찰관들에 이 사실을 분명히 알리고 있으며 계속해서도 시위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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