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 등을 앞세운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정책에 대해 미국에서도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나친 ‘미국 우선주의’로 한국 같은 동맹을 배제해 마찰을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IRA가 ‘경제 자유 감축법’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 시간) ‘미국의 중국식 산업정책의 구멍’이라는 칼럼에서 “IRA는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될 기술이 있는 회사에 이익을 주는 대신 전 세계적인 전기차 속도전(rush)에서 뒤처진 도요타와 미국 대형 자동차 회사를 부양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IRA는 부주의하게도 미국 내 전기차 판매 2위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소비자들은 (현대차·기아) 전기차를 좋아하지만 IRA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IRA가 ‘중국 배제’에 과도하게 매달려 전기차 분야 선두주자 현대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고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과 일본 자동차 업체만 혜택을 받는 부작용이 커졌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중국식 산업정책을 펴려는 미국의 시도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IRA는 가능한 빨리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IRA 전기차 보조금 조항은) 현실적인 시간표에 기초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나단 코라도 코리아소사이어티 정책 담당국장 등은 하와이 외교정책연구기관 퍼시픽포럼 기고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기술적 디커플링(단절)과 반도체 생산 온쇼어링(해외 기업 미국 유치) 요구는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공급망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국가 안보 이익 보호를 위해 한국 대만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며 “(중국이 동맹국에) 보복할 때 중국을 제재하거나 동맹국 피해 산업을 지원하는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잇따르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 비판은 밀실합의로 2주 만에 처리된 IRA나 반도체·과학법에 오히려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독소조항들이 포함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성과가 급한 바이든 행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마크 케네디 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기록적인 새 규제를 도입해 혁신을 억제한다”며 “IRA는 공정성에서 후퇴해 규칙 기반 질서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해리티지재단 앤서니 김 연구원은 “IRA는 ‘경제 자유 감축법’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물가 상승 같은 경제이슈를 앞세운 공화당은 “IRA가 오히려 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위기를 장기화하고, 세금 부담을 늘려 기업을 무력화할 것”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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