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이틀 연속 교전을 벌여 양국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두 국가는 2020년에도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2주간 전쟁을 벌였는데, 2년 만에 같은 곳에서 다시 부딪힌 것이다.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했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중재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어서 충돌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국방부는 14일 양국 군대 사이에 이틀째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아르메니아의 니콜 파시냔 총리는 의회에서 “아제르바이잔이 밤새 공격해 군인 49명이 전사했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아제르바이잔 정부도 자국 군인 5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아르메니아군이 국경지역에서 지뢰를 매설하고 위협 사격을 가한 것에 대응했을 뿐, 민간 시설을 공격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문제의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산악지대다. 국제법상으로는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로 인정받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르메니아의 지배 하에 있다. 옛 소련 시절인 1920년대에 영유권 갈등이 시작됐고, 1991년 소련 해체 이후엔 전쟁으로 이어져 3만 명이 사망했다. 당시 두 나라는 1994년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협정을 맺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이번에도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지역에서 러시아가 갖고 있던 평화 보증자로서의 위상을 훼손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로렌스 브로어스 부연구원은 “아제르바이잔은 지금이야말로 무력을 동원해 최대치를 얻어낼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3일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의 중재 결과에 따라 (이날) 오전 9시부터 정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교전은 계속됐다.
만일 이번 충돌이 양국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유럽대륙의 에너지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 지역에는 카스피해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대형 송유관이 통과하기 때문이다. 인근의 강대국인 러시아와 튀르키예까지 양국 충돌에 휘말릴 경우 겉잡을 수 없는 확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양국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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