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집무실이던 버킹엄궁 거쳐… 웨스트민스터홀로 여왕 관 이동
전날부터 기다린 일반인에 공개… 운구차, 여왕 생전 즐겨 타던 모델
측면-지붕 투명유리 내부 다 보여
“나라를 위해 오랫동안 많은 일을 한 분이잖아요. 마지막 인사는 직접 찾아와서 해야죠.”
14일 영국 런던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을 보기 위해 버킹엄궁 앞 긴 줄에 서 있던 대학생 찰스 로블도트 씨는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그는 “어젯밤 여왕의 관이 버킹엄궁으로 왔을 때부터 이곳을 지켰다”며 “여왕이 영면할 윈저성도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스코틀랜드에서 휴가를 보내던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은 13일 밤 집무실이던 런던 버킹엄궁에 도착했다. 여왕의 관은 다음 날 웨스트민스터 홀로 이동해 처음으로 추모객들을 맞았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추모객이 모여들었다. 기자가 이들에게 줄을 선 이유를 묻자 “여왕의 마지막을 볼 역사적 순간이다”, “여왕에 대한 예의다”라고 입을 모았다.
○ 밤 밝힌 ‘투명 운구차’로 버킹엄궁 귀환
12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성자일스 대성당에 안치됐던 여왕의 관은 에든버러 공항에서 영국 공군기 편으로 13일 오후 7시경 런던 노솔트 군공항에 착륙한 뒤 버킹엄궁으로 운구됐다. 운구차 6대가 버킹엄궁 앞 원형 광장을 돌며 궁으로 향하자 궁 앞을 꽉 채운 군중은 “편히 쉬소서” “만세”라고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여왕의 관은 아들인 찰스 3세와 부인인 커밀라 왕비 등 왕실 일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왕실 근위대 의장대의 도열 속에 버킹엄궁 보 룸에 안치됐다.
운구차는 측면과 지붕이 모두 투명 유리로 제작돼 있어 컴컴한 밤에 내부 조명을 받은 여왕의 관이 더욱 돋보였다. 왕실과 재규어랜드로버가 함께 제작한 이 차는 공식 왕실 차량과 동일한 ‘로열 클라레’ 색상이다. 여왕은 생전에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을 즐겨 탔다.
여왕의 관은 14일 오후 2시 반경 버킹엄궁을 떠나 웨스트민스터 홀에 도착했다. 이날 오후 5시경부터 일반인들이 여왕의 관을 직접 보며 조문했다. 추모객들은 하루 전인 13일 오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줄은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템스강변을 따라 이어졌다. 일부 추모객들은 밤을 새운 듯 점퍼를 입고 슬리핑백을 갖춘 채 간이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사진과 여왕을 의미하는 영어 약자 ‘EIIR’(Elizabeth II Regina) 등 각종 상징물이 담긴 배지들을 부착한 조문객들도 있었다.
○ 관 직접 보려면 30시간 기다릴 수도
추모객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해 “앞으로 다시 보기 힘든 어른”이라고 했다. 이날 휴가를 내고 온 스테퍼니 허드슨 씨는 “여왕은 전쟁이 일어나든, 총리가 마음에 안 들든,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항상 자리를 지켰다”며 “요즘 정치인들은 변하고 정세도 뒤바뀌지만 그녀는 한결같았다”고 했다. 주부 루신다 로블도트 씨는 “여왕은 친척이 아일랜드군의 폭탄에 죽었지만 북아일랜드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며 “화해와 용서의 상징”이라고 했다. 여왕의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비행기 표를 끊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온 신시아 큐리얼 씨는 “나는 영국인은 아니지만 여왕의 헌신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여왕의 관을 직접 보려는 조문객들은 공항에서 하는 수준의 보안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관계 당국은 대기 시간이 30시간에 달할 수 있고, 줄이 8km 이상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일 여왕의 장례식에는 전 세계에서 귀빈 500여 명이 참석해 의전이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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