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발해 건국한 고구려 유민 대조영을 ‘말갈 수령’으로 표기
옌볜 조선족박물관 역사왜곡 논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방문해 유명해진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조선족자치주박물관(조선족박물관)이 발해를 건국한 고구려 유민(遺民) 대조영을 ‘말갈 수령 대조영’으로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해와 고구려의 연관성을 지워버린 것이다. 최근 중국 국가박물관이 한국 고대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한 것과 함께 중국의 역사왜곡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발해 건국의 고구려 연관성 빼
최근 본보는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시 조선족박물관이 발해 건국과 관련해 “발해국은 속말말갈인을 주체로 건립된 정권이다. 말갈 수령 대조영이 부하를 거느리고 동쪽으로 망명해 세웠다”고 설명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고구려 유민 대조영이 말갈인과 함께 세운 발해의 역사적 의의는 물론이고 건국 과정 설명에서 고구려 관련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발해 시조 대조영을 말갈인으로 규정해 발해가 중국 소수민족이 세운 나라인 것처럼 만들어 사실상 발해사를 중국사로 편입시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설명은 모두 한글로 적혀 있으며 하단에 중국어로 병기돼 있다.
2012년 개관한 조선족박물관은 조선족 역사와 생활문화 등을 보여주는 유물 1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지린성에서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이 지역이 역사적으로 발해의 중심지여서 발해 정효공주 묘비와 벽화 같은 국보급 유물이 많다. 발해사 연구 수준도 중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시 주석이 직접 다녀간 이후 중국인 필수 관광지로도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조선족자치주인 이 지역의 한국 역사와 문화를 중국 것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윤동주 시인이 조선족이라며 중국인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발해 시조 대조영을 말갈인으로 규정해 발해사를 중국으로 흡수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내용이 모두 한글로 돼 있어 한국이 이를 역사적 사실로 인정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는 한글 사용이 일반적이다.
○ 中 국가박물관, 연표 수정 움직임 없어
고구려와 발해를 한국 역사에서 분리시켜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움직임은 최근 중국 국가박물관이 한국 고대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아예 삭제한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7월부터 열리고 있는 중국 국가박물관의 한중 수교 30주년,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展)’에 게시된 한국 고대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가 아예 빠졌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과 외교부가 중국 정부에 항의하면서 13일 즉각 수정과 사과를 요구했는데도 중국 측은 14일까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박물관도 이날 오후 늦게까지 전시회장 벽면에 걸린 연표를 수정하기 위한 작업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여러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항의를 전달한 상황”이라며 “역사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은 명확하다.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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