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서거를 애도하는 수천 명의 조문객들은 15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 있는 여왕의 관을 통과하기 위해 약 7㎞에 걸친 긴 줄을 섰다.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공식 일정을 갖지 않고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냈다.
AP통신과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고인이 된 여왕을 추모하기 위한 행렬은 적어도 9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긴 조문 행렬은 타워브리지 너머 템스 강의 남쪽 둑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조문객들은 기다림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고 당국은 애도를 표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장시간 동안 견딜 수 있도록 휴대용 화장실 등 필요 시설물을 설치했다.
의료 전문가인 니미샤 마루는 “우리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대기 행렬이 있어서 기쁘다”며 “그냥 서둘러 지나가야 했다면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모니카 소프는 줄 맨 뒤에 가서 줄을 서기 위해 2시간 동안 걸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그저 걷고 또 걷고 있었다”며 “마치 노란 벽돌길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조문객 중에는 짙은 색 정장이나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노인과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여왕의 관을 통과한 후, 대부분의 조문객들은 웨스트민스터 홀의 문을 나가기 전에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일부는 눈물을 흘렸고, 다른 이들은 고개를 숙였다. 무릎을 꿇고 작별 키스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벤 월레스 영국 국방부 장관과 앨리스터 잭 스코틀랜드 장관은 웨스트민스터 홀에 있는 여왕의 관에서 철야했다. 두 장관 모두 스코틀랜드에서 왕실의 경호를 담당하는 ‘로열궁수대’의 일원이다.
경비병 한 명이 여왕의 관을 지키던 도중 쓰려진 일도 발생했다. 이 경비병은 여왕의 관 아래쪽 연단에서 갑자기 앞으로 쓰러졌지만 큰 부상은 당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왕이 70년 동안 왕위에 오른 후 스코틀랜드의 밸모럴 성에서 서거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초점이 런던 정치 권력의 심장부인 웨스트민스터로 모아지고 있다. 여왕의 관은 19일 오전 6시30분까지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며, 국장 당일에는 장례식을 위해 인근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진다.
버킹엄궁은 15일(현지시간)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사망 이후 영국에서 열리는 첫 번째 국장으로, 장례식 절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의 왕족과 국가 원수 등 2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19일 늦게 윈저 성에서 소규모 장례식이 열릴 예정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해에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 공의 유해가 있는 윈저성에 함께 안치될 예정이다.
국장에 참석하는 주요 내빈으로는 나루히토 일왕과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캐나다·호주·뉴질랜드 총리 등이 있다.
찰스3세 국왕은 이날 공식 일정 없이 영국 서부에 있는 하이그로브 저택에서 개인적으로 성찰을 하며 시간을 보넀다. 찰스3세는 바이든, 마크롱 대통령 등 많은 세계 지도자들과 이날 전화통화를 했다.
왕위 계승자인 윌리엄 왕세자와 그의 아내인 캐서린 웨일스 공비는 이날 영국 동부 샌드링엄의 샌드링엄 하우스를 방문해 여왕의 서거를 애도하는 사람들이 남긴 헌화물과 꽃, 카드 편지 등을 둘러봤다. 윌리엄 왕자 부부는 사람들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거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샌드링엄 하우스 밖에서 조문객들에게 “어제 여왕의 관 뒤에서 행진을 하던 것이 어머니의 장례식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왕실 관저 밖에서 덕담을 나누며 “어제의 행사는 도전적이었다”고 말했다. 1997년 9월, 윌리엄 왕세자와 그의 동생 해리 왕자는 어머니 다이애나비의 장례식 때 관 뒤를 따라 걸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이미지라고 BBC가 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막내 아들 에드워드 왕자는 이날 맨체스터를, 여왕의 딸 앤 공주는 글래스고를 각각 방문해 많은 사람들의 애도에 감사를 표하는 등 영국 전역에서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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