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초강세 속에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다. 과거 중국은 미국 등에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 일부러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엔 중국의 경제 지표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한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 위안화 가치 하락은 수출 증대 효과보다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클 것이란 전망이 많다.
● 심리적 마지노선 ‘1달러=7위안’ 깨져
1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는 오전 한때 1달러에 7.0128위안에 거래돼 역내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7위안’ 선이 깨졌다. 전날 홍콩 역외 시장에서도 장중 7.0211위안까지 오르며 7위안 선을 돌파했다. 중국 당국이 시장 환율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고시환율은 16일 6.9305위안까지 높아져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조만간 고시환율도 7위안을 돌파하는 이른바 ‘포치(破七·7이 파괴됐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 개방 수준이 낮은 중국은 당국이 직접 개입해 환율을 조정하는 반고정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달러당 7위안 아래에서 환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시켜 왔다.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한 것은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던 2020년 7월 27일 7.0029위안이 마지막이었다. 이보다 앞서 미중 관세 전쟁이 불거졌던 2019년 8월에는 고시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며 ‘포치’가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맞선 것이다.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세계적 경제 침체로 위안화 환율이 높아지는 것은 중국의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중국 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또 통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 외국인 투자자 이탈, 인플레 우려 커져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경제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이를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며 초긴축에 들어간 것과 달리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 자금을 계속 풀어 왔다. 그럼에도 경기가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2분기(4~6월) 마이너스 성장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푼 결과 경제성장률은 0.4%를 기록했지만 시장에 돈이 넘쳐나면서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초래했다. 하반기 성장률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의 8월 수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4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져 7.1%에 머물렀다. 일부에서는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포치’가 현실화할 경우 시장에서 중국 당국이 환율 관리 능력을 상실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원-달러 환율 1388원…전날보다 5.7원 하락
한국 외환당국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원-달러 환율 1400원을 막기 위해 이틀 연속 달러를 대량 매도하며 ‘실탄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줄곧 1390원대 후반을 오가다가 5.7원 하락한 1388.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환율은 전날보다 5.3원 상승한 1399.0원으로 출발하며 1400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 마감을 앞두고 1400원 돌파를 우려한 외환당국이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당국은 전날에도 구두 개입과 함께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러를 대량 매도하는 ‘도시락 폭탄’을 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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