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國葬)은 전 세계 주요국의 정상과 왕족 500여 명을 포함한 주요 인사 약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 지도자들이 대규모로 집결한 ‘세기의 장례식’은 그 자체로도 세계가 화합하는 장이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외국 귀빈들은 대부분 전용차 대신 영국 정부가 마련한 셔틀버스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부부는 전용차 비스트를 타고 도착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장례식 참석 인사들은 줄을 서서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과 검은 베일이 있는 모자, 검은 정장을 갖춰 입은 김건희 여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뒤편에 앉았다.
여왕의 국장 하루 전날인 18일, 주요국 조문객들은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되어있던 여왕의 관을 직접 조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여왕의 관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십자성호(十字聖號)를 긋고 가슴에 손을 얹고 조의를 표했다.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은 1982년 상원의원으로 첫 대면했을 때부터 한 번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지 않았다. “영국 여왕에게 고개를 숙이지 말라”는 어머니의 부탁 때문이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는 약 800년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극심한 역사적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만큼은 가톨릭식으로 예를 표한 뒤, 조문록에 ‘엘리자베스 여왕은 직무를 위한 변함없는 헌신으로 전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라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참배 직후 “영국인들이 70년간 여왕을 모실 수 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나를 만났을 때) 몸을 숙여 나를 만지던 손길이 내 어머니를 생각나게 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도 18일 선글라스와 검은 스카프, 운동화를 착용하고 웨스트민스터 홀까지 걸어가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영국인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런던에 왔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신해서는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았다. 나루히토 일왕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도 조문했다. 트뤼도 총리는 성명에서 “여왕의 존재는 내 평생에 변함없는 영감을 줬다”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여왕에게 “국가를 이끌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털어놓자 여왕이 “그냥 하면 된다”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고 BBC에 말했다.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부적절한 행동으로 비판받았다. 바하근 하차투랸 아르메니아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터 홀 안에서 규정을 어기고 사진을 촬영해 비판을 받았다. 2주 뒤 열리는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런던의 브라질대사관에서 사실상 ‘선거 유세’를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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