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위기론이 급부상했다.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도 스가 전 총리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일본 언론들이 이달 들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하락세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선 8월대비 7%포인트(p) 하락한 29%로 나타나 지난해 10월 출범 이래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졌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는 전달대비 13.9%p 떨어진 40.2%,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는 14%p 하락한 43%로 나타나는 등 두 자릿수의 낙폭을 보였다.
이 때문에 자민당 내부에서도 위기론이 제기된다. 요미우리신문은 20일 자민당 간부를 인용해 스가 요시히데 정권의 말기와 같은 상황이라며 “여기서 지지율 하락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을 둘러싼 문제다.
옛 통일교와 소속 의원들의 접점과 관련해 자민당은 지난 8일 의원 379명 가운데 179명의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누락된 사례가 잇따라 발견됐고, 기시다 총리의 측근인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도 옛 통일교 관련 단체가 주최한 패널 토론에 참석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약 162억원의 국비가 소요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 문제 또한 그 타당성을 놓고 제대로 된 설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다음 확실히 국민의 불안이나 불만에 응해갈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물가 대책에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정중하게 듣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는 외교와 경제로 실적을 쌓아 지지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정권에서 4년7개월간 외무상을 지내며 외교 분야에 정통하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는 방미 기간 동안 유엔총회 일반 토론 연설과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이나 기능 강화를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계기로는 조문 외교도 한다는 방침이다.
시라토리 히로시 호세이대 교수는 야후재팬 기고글에서 “지지율 30%는 흘수선(吃水線: 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배와 수면이 접하는, 경계가 되는 선)”이라며 “이제 황금의 3년은 기시다 총리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정권 지지율이 너무 떨어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해산을 위한 대의와 연립 정당인 공명당의 양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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